학술대회 2일째 일행은 천목산으로 갔다.
새벽에 항저우를 출발, 버스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행정구역상 절강성 임안(臨安)현에 위치한다.
중국의 명산 중 하나이며 이백을 비롯한
수많은 문인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https://zh.wikipedia.org/wiki/%E5%A4%A9%E7%9B%AE%E5%B1%B1
유네스코 세계생물권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2025년에는 생물다양성 세계대회가 열린다.
https://www.unesco.org/en/mab/tianmushan
천목산록 어디쯤안가 도착하니
중국미술학원 도예전공이 운영 중인
실험용가마가 있었다.
천목산의 흙을 채취하여 장작으로 굽는 것이다.
그 외에 강서성 고령산이나,
복건 덕화에서 가져온 흙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한다. 학회에 맞춰 가마를 열고
기물을 꺼내고 있었다. 따뜻했다.
학생들, 도예가들, 공무원들...총출동이었다.
하긴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덕청(德淸)에서는
이미 남북조시대 청자와 흑유를 굽던 곳이 있고
그 중 흑유 주자가 백제 고분에서 출토된 바 있으니
천목산을 문화 아이콘으로 개발하는 것은
이모저모로 득이 될 것 같긴 했다.
한바탕 이벤트를 마치고 다시 차를 돌려
선원사(禪源寺)로 향했다.
공식적으로 창건은 명대부터이나
13세기 이후 선사들의 흔적이 기록에 남아있으며
임제종 일파에 속했다고 한다.
일본승려들이 이곳에서 수련하다가
흑유(黑釉) 다완을 가지고 간 이후,
산 이름 ‘天目’은 다완을 지칭하는 “텐모쿠”가 된 것이다.
선원사는 규모도 어마어마 했지만
먼지 하나 없이 관리되고 있었다.
불단이나 공양구, 꽃, 향로 등도
모두 기준이 있는 것 같은 인상이었다.
하이라이트는 다회(茶會)였다.
지정좌석에, 꽃, 음악 등이 준비되어있었다.
여러 차례 서로 다른 차를 내왔는데
차에 따라 다른 다완이 사용되었다.
특히 검은색 흑유다완에 마신 말차는 일품이었다.
현장에서 다악(茶樂)이 연주되는 가운데
다인(茶人)이 친히 격불(擊拂)하여 만들어 준
거품 가득한 말차는 크림처럼 부드러웠는데
다 마시고 나서도 검은 찻잔 속에는
흰 거품이 사그러들면서 물고기 같다가
이내 마른 나뭇잎처럼 변하며 잔상을 남겼다.
그리고 기록에서만 보았던 “차백희(茶百戱)”가 있었다.
일찍이 도곡(陶穀, 903-970)의 《청이록(淸異錄)》에서
“…일부 사람들은 차탕으로 날짐승, 들짐승 ,곤충, 물고기,
화초 따위의 무늬를 만들 수 있다.
마치 그림처럼 섬세한데 순식간에 사라진다.“했다.
이 날 다인은 분말차를 걸쭉하게 갠 다묵(茶墨)으로
거품 위에 선원사 풍경인 듯한 누각산수를 그려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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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항저우 풍경] (1) 중국미술학원中國美術學院 BY 장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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