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 1학년 아니면 2학년이었다고 기억하는데 20세기 영국소설이라는 전공필수 강의가 있었다.
강좌는 김태성 교수님 담당이시라 당시에도 이미 연배 상당하셨던 선생은 고시계에서는 신화와 같은 인물이라
다름 아닌 고등영문해석 연구인가 하는 영어 문법서가 고시생들한테는 필수교재로 통용했기 때문이었다.
이 문법서는 실은 오토 예스퍼슨 Otto Jesperson이라는 덴마크 출신 위대한 언어학자의 간결한 저술 Essentials of English Grammar에 토대한다.
내 기억에 1920년대에 나온 영문법서 안내서인데 그 서문을 읽어보면 이 책은 외국의 영어공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 했다.
선생은 내 기억에 북한 출신이셨을 것이라 그래서 한국말도 영어발음도 너무 알아듣기 어려웠다.

외국인이 아닌 순수 토박이로 영어가 끝내줬던 양반은 셰익스피어 강좌를 담당한 이성일 선생이셨다.
이 양반 영어는 묘한 구석이 있어 한국어로 강의하다 아주 자주 느닷없이 영어 강의로 돌변하곤 하셨는데
그 발음 그 문장력 묘하게 셰익스피어 냄새가 나면서도 유려하기 짝이 없었으니 저 비슷한 모습을 나는 훗날 외교부 장관 강경화한테서 봤다.
에잇 다시 옆길로 새는데 김태성 선생님으로 돌아가 한 학기 동안 작품 세 개를 강독했으니(혹 네 개인데 내가 하나를 빠뜨렸는지 모르겠다)
기억을 살리면
데이지 밀러 Daisy Miller by 헨리 제임스(1843~1916)
하트 오브 다크니스 Heart of Darkness by 조셉 콘라드(1857~1924)
로드 오브 더 플라이즈 Lord of the Flies by 월리엄 골딩 William Golding(1911~1993)
이었다.
데이지 밀러야 등장 주인공 이름이니 그대로 번역할 테고,
Heart of Darkness 는 주로 어둠의 심장? 이런 류로 번역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며, Lord of the Flies는 파리대왕으로 번역될 것이다.
20세기 소설이라 했지만, 저 중에서 실은 데이지 밀러와 다크니스는 실은 19세기 작품이라,
저 중에 헨리 제임스가 실은 아주 묘해서 아메리카 태생이지만 난 식민모국이 좋다 해서 아주 저짝으로 옮겨탔으니 이는 훗날 나랑 동성동본 T. S. 엘리엇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암튼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문학가라 해도 대과가 없다.

콘라드의 경우 폴란드 출신으로 모국어는 말할 것도 없고 영어와 불어 모두 잘했고, 둘 중에서는 불어로 글을 쓰는 편이 편했다는 스스로의 회고를 내가 본 적 있는데,
암튼 저 다크니스는 영어로 세기말 직전인 1899년 출간됐다.
파리대왕은 내가 대학에 들어가기 직전인 1983년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통에 더 유명해졌다고 기억하거니와,
지금은 번역본이 쏟아져 나와 있지만 그때만 해도 저 중에 파리대왕만 노벨상 수상작이라 해서 번역본이 있던 시절 아니었나 한다.
분량면에서 볼 때 데이지밀러가 단편에 가까운 중편이었고, 나머지는 장편이라 했지만 분량이 그리 부담스런 그런 소설은 아니었으니,
아마 이런 분량과 그것들이 끼친 영향 등을 고려해 저리 강독교재로 골랐으리라 짐작한다.
가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해서 이 이야기를 꺼냈지????
쏘리,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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