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 이래 권력을 잡아 내 꿈을 펼쳐보겠다는 열망은 끊이지 않았으니 이 열망을 니체식 표현을 빌린다면 권력에의 의지라 할지 모르겠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이 주체라는 측면에서 두 가지로 분기하거니와 첫째 내가 그 권력선두에 서는 일이니 이는 혁명과 반역 두 갈림길이 있을 뿐이며 중간지대는 없다.
성공하면 혁명아가 되어 왕조를 창업하지만 실패하면 반역자란 딱지가 붙어 그 자신은 물론이고 일가, 나아가 그 측근들까지 모조리 주살당했다.
이보다 위험성이 덜한 방법(그렇다고 안전지대는 아니다)이 꼭두각시를 앞에다 세우고 자신은 그 아래, 정확히는 그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니 이것도 쉽지는 아니해서
그릫게 세운 꼭두각시가 너무 똑똑해서도 안 되고 너무 멍청해서도 안 되니 적당히 멍충하고 적당히 똑똑한 범생이여야 했지만 말처럼 쉬운가?
전란과 합종연횡이 판친 중국 전국시대는 불나방 같은 이런 꿈, 곧 내가 생각하는 대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열망이 넘치는 시대였으니
이런 흐름은 그런 꿈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들한테 그만큼 선택지가 많았다는 사실이 더욱 가속화했다.
이쪽 군주한테 버림받고선 저쪽 군주한테 갈아타기도 했으니 물론 이조차 고난도 일이었으니 자칫 목이 달아날 일이었고 실제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꿈을 품고서 자신의 꿈을 펼쳐줄 군주나 그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권력을 쥔 자들을 찾아 로 천하를 주유하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게 되는데
이를 문전성시門前成市라 하며 그 시장판을 왁자지껄하는 무리를 일컬어 식객食客이라 한다.
말이 좋아 식객이지 개중엔 단순 밥버러지 식충이 왜 없겠는가?
개중에 권력 눈에 들어 출세한 이가 적지 않았으니 그런 성공사례가 식객들한테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따라서 저 시대 군주와 권력자들 가장 큰 업무는 끊임없는 면접이었다.
내가 이리도 훌륭한 사람임을 입증하고자 몰려드는 사람들을 면접하느라 저들은 매일매일 눈동자는 실핏줄이 터져나갔다.
그 잘났다는 맹자 맹가도 실은 그렇게 해서 출세하고자 부림친 식객 중 한 명이었다.
맹자에게 천만다행은 모조리 군주들한테 쌩까임을 당했다는 사실인데 혹 그 군주 마음에 들어 발탁됐더라면 나라를 말아먹거나 동시대 그렇게 벼락 출세한 상앙이 그랬듯이 무자비한 독재자가 되었으리라.
계속 까였으니 계속 재야로 남아 계속 공상 같은 이야기만 지껄이게 되었으니 이렇게 지껄인 말들이 후세에 성인의 말씀으로 통용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쌩까임이 맹자한테는 천운이었다.
맹자와 달리 성공가도 출세가도를 달린 이도 적지 않았으니 상앙 말고도 소진 장의 범저 이사 여불위 같은 이가 애초 출발은 다 식충 식객이었다.
성공한 다음 저들은 식충이들 총본산 25본사가 되어 그들을 거느리며 오야붕 노릇을 하기도 했으니 장사꾼 여불위가 그 대표라
한때 삼천을 식객이 헤아렸다니 이는 문전성시를 넘어 소굴이다. 결국 이 일이 빌미가 되어 시황제한테 처단되고 말지마는
이는 결과이고 그 선배로 그와 같은 행적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로 염파니 인상여 같은 이가 있어 이들이 군주를 대신하여 인재를 발탁하는 일도 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모책을 가졌다 하더라도 군주나 저런 권력자를 만나 뜻을 펼칠 기회는 여간 얻기가 힘들지 않았다.
이들은 중간역할을 해주는 세력가 집에 기식하며 그 유력자의 힘으로 얻어먹고 지내며 기회를 살피게 된다.
식객食客이 사라진 시대는 평온하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그 시대가 역동성을 상실한 표식이다.
중국사를 보건대 백가가 쟁명하며 사상사가 가장 풍부한 시대가 식객이 넘쳐난 시대였으니
시문학 쌍대 금자탑 이백과 두보 또한 식객이었다.
그러고 보면 작금 대한민국도 그 시절 아닌가 한다.
세상이 왜 이래? 사자후 토하면서 세상 경영 인간 경영은 이래야 한다 훈수질하는 놈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까닭이다.
이 문전성시가 빠다. 무슨 빠 무슨 빠 말이다.
그 소굴이 정치일색이었다가 요새는 다변화해서 세 치 혀로 세상을 농락하는 이른바 언론인도 식객 우두머리에 끼게 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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