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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머리끈 중노동 흔적이 그대로 뼈에 드러난 청동기시대 누비아 여인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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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스트랩 head strap, 혹은 텀플라인tumpline, 그리고 고인류학

 

헤드 스트랩 head strap, 혹은 텀플라인tumpline, 그리고 고인류학

지금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 핵심 소재가 헤드 스트랩 head strap, 곧 글자 그대로는 머리 끈 정도로 번역되는데, 이걸 부르는 전문용어가 따로 있는 모양이라 텀플라인tumpline이라 하는 모양이다. 그

historylibrary.net

 
앞에서 이 이야기 전 단계인 헤드 스트랩 head strap, 혹은 텀플라인tumpline은 일목요연히 설명했으니, 에누리 없이 그대로 핵심으로 치고 들어간다. 

지금의 아프리카 수단을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누비아Nubia라 불렀거니와 이 건조한 사막 평원을 살다간 그 시절 여성들은 단순히 가정의 기둥을 넘어 공동체의 무게를 지탱하는 진정한 존재였다는 사실이 인류학 고고학 저널[Journal of Anthropological Archaeology] 이라는 잡지에 최근 발표된 학제간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아부 파티마Abu Fatima 묘지에 안장되기 전, 바구니에 아기를 담아 텀플라인으로 옮기며 가축을 몰고 다니는 등 활동량이 많은 성인 여성 8A2 모습을 그린 작가 삽화((Illustration: Silvia Jiménez-Amorós and Jared Carballo-Pérez). Credit: J. Carballo-Pérez et al., Journal of Anthropological Archaeology (2025)



청동기 시대 누비아 여성들이 저 머리끈을 질끈 동여매고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다녔다는 연구 결과가 폭로된 것이다.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 Universitat Autònoma de Barcelona 소속 자레드 카르발로Jared Carballo와 에센 대학교University of Essen 소속 우로스 마티치Uroš Matić가 주도한 이 연구는 3,500년 전 청동기 시대 누비아 여성들의 노동 기여가 어떠했는지를 구명한다.

이 연구는 고대 이집트와 동시대에 존재한 강력한 누비아 왕국 케르마 문화 Kerma culture 관련 묘지인 아부 파티마Abu Fatima에 안장된 30명(여성 14명, 남성 16명) 인골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아부 파티마 Abu Fatima 표본에서 발견된 다양한 국소적 뼈 변형bone modifications 사례 Credit: Jz et al., Journal of Anthropological Archaeology (2025)

 
연구진은 유골과 민족지학적, 도상학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녀의 신체적 마모 양상에서 극명한 차이를 발견했으며,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성별에 따른 노동 역할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간단히 말해 생전에 하던 일, 노동이 달랐고 그것이 뼈에 그대로 흔적이 남았다는 것이다. 

남성 유골은 어깨에 무리가 가고 관절염arthritis이 나타났으며, 특히 오른쪽에 반복적으로 한쪽 어깨로 짐을 운반하는 습관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여성 유골은 경추 cervical vertebrae와 두개골에 극심한 변형을 보였는데, 이는 수십 년 동안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데 사용한 머리끈head straps(텀플라인tumplines)의 전형적인 흔적이다.
 

8A2 개체 인골 분석을 기반으로 한 작가의 삽화(Illustration: Silvia Jiménez-Amorós and Jared Carballo-Pérez). 이러한 노동이 두개골의 관상동맥 후 함몰ostcoronal depression(a)과 경추cervical vertebrae의 용해성 병변lytic lesions을 동반한 병적인 척추관절염spondyloarthritis(b)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Credit: J. Carballo-Pérez et al., Journal of Anthropological Archaeology (2025)

 
이러한 변화는 수년, 심지어 수십 년에 걸쳐 이마에서 척추로 체중이 이동한 것을 보여준다고.

가장 중요한 발견은 '8A2'라는 이름을 부여한 50세가 넘은 여성이다.

타조 깃털 부채와 고급 가죽 베개 같은 고귀한 유물들과 함께 매장됐음에도 그에게서 텀플라인 흔적이 뚜렷이 유골에서 드러났다.

곧 두개골 함몰cranial depression이 가장 심했고 경추 골관절염cervical osteoarthritis이 진행된 상태였다.

치아 법랑질tooth enamel에 대한 생화학적 분석 결과 그녀가 이주민이었음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그녀가 신체적 짐과 문화적 유산을 동시에 지닌 채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카르발로는 "이러한 삶의 방식은 기록된 역사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만큼이나 흔한 현상"이라면서 "어떤 면에서 이 연구는 여성들이 수천 년 동안 사회의 무게를 어떻게 문자 그대로 짊어져 왔는지 보여준다"고 말한다. 
 
사실, 이 연구는 선사 시대 노동 묘사를 지배하는 남성 중심적인 서사와 모순된다.

기록된 역사는 여성의 노고를 무시하지만, 아부 파티마 유골은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말해준다.

유골 마모 양상은 일종의 전기, 즉 생존뿐만 아니라 사회적 필요와 유전된 기술에 의해 영향을 받은 반복적이고 고된 노동의 증거를 제공한다.
 

눈 덮인 풍경 속 코나와가 인디언들 Caughnawaga Indians in Snowy Landscape, oil painting by Cornelius Krieghoff. Public domain



연구자들은 이러한 육체 노동이 하층 계급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8A2 사례는 상류 계급 여성이 육체 노동에서 자유로웠다는 가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아프리카에서 히말라야, 라틴 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머리에 짐을 싣는 기술이 지속되어 온 것이 보편적이지만 잘 이해되지 않는 유형의 인내와 기술을 입증한다고 말한다.

골격 분석, 고대 무덤 이미지, 현대 인류학적 기록과의 비교를 결합한 이 연구는 성별 노동, 모성의 물리적 의미, 수세기에 걸쳐 여성의 역할에 내재된 무형의 힘을 해석하는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고.


More information: Autonomous University of Barcelona
Carballo-Pérez, J., Matić, U., Hall, R., Smith, S. T., & Schrader, S. A. (2025). Tumplines, baskets, and heavy burden? Interdisciplinary approach to load carrying in Bronze Age Abu Fatima, Sudan. Journal of Anthropological Archaeology, 77(101652), 101652. doi:10.1016/j.jaa.2024.10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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