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로마 체류 D 마이너스 원인 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오늘은 실은 어제부터 이어지는 복습 행차의 날이라
이제 이태리 반도 북부 진입을 앞두고선 괜히 마음이 급해 새로운 데를 개척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르미니 숙소에서 걸어 십분 거리인 내셔널갤러리, 정식 이름은
Gallerie Nazionali di Arte Antica - Palazzo Barberini
라 해서 매우 긴 곳으로 향할 요량으로 길을 나서며 구글 맵을 혹시나 해서 두들기니
젠장 개관 시간이 열시라 한 시간가량 마뜩히 할 일이 없어 잠깐 고민하다 그럼 더 가까운 코앞
온천장 옆 마시모 궁 국립로마박물관
Museo Nazionale Romano, Palazzo Massimo alle Terme
이나 가자 해서 행선지를 바꾸기는 했는데
또 젠장 이곳은 아홉시반 개장이라 문이 쾅 닫힌 게 아닌가?
그렇담 어쩔 수 없다. 시간도 조금 남았으니 저 도로 건너편 같은 국립박물관이기는 하나 성격이 로마 통사를 지향하는
디오클레티아누스 온천장 로마 박물관
Museo Nazionale Romano, Terme di Diocleziano
이라 해서 개떡 같은 이름이기는 마찬가지인 데로 옮기기는 했는데 이곳 역시 아홉시 반 개장이라
다만 이곳에 닿았을 때는 이미 개장 시간이 다 되었으므로
신기하게도 직전까지 파리 한 마리 미동하는 움직임이 없던 박물관 내부 문칸방에서
덩치는 산만한 친구가 느닷없이 정확히 시침이 아홉시 반을 가리키니 열쇄를 따고선 문을 열어준다.
그 기막힌 타이밍이 신기하기만 했으니 알람을 맞추어 놓은 모양이다.
그래 이곳 공무원들이 아무리 핫바지처럼 보여도 저런 시간 관념은 있구나 싶은 게
그래도 피아트를 만드는 나라요 이젠 여러 모로 한국에도 거의 다 추월당하기는 했지마는 정통 오이시디 일원이며
월드컵을 세 번이나 제패한 세리에 아 축구강국 아니던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이곳 역시 여러 번 다녀간 데라 내부 사정은 훤한 편이라 마침 온동네 광고판에 토니 크래그 Tony Cagg 라는 아주 유명한 듯하나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도 모르는 할배 전시회를 한다 해서 맨먼처 그곳으로 달렸으니
이건 유럽 쪽 전시에서 유별난 특징이기는 하지만 기존 상설전시실 요소요소에 그 사람 작품을 적절히 배치했으니 나는 이런 시도 좋다고 본다.
이천년 전 유물과 만난 이 시대 조각이 언뜻 부조화 느낌도 주지만 언제까지 구닥다리만 팔아먹을 수는 없는 법이요
저 사람 작품이 지금 어느 정도 이문을 남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대 명품일 것이요 다시 이천년이 지나 지금 대접받는 저 이천년 전 유물 처지가 되어 있을지 누가 아는가?
내 아무리 현대미술 문외한이라 해도 그의 압도하는 그 무엇하는 힘을 느꼈다 해둔다.
나머지 기타 컬렉션이야 복습이기는 하나 이제는 엑키스 빼먹는 심정을 돌기는 했지만
그 많고 방대한 유물을 내가 어찌 두어 번 방문으로 다 훑었겠는가?
기존에 놓친 부분들을 채워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하도 양이 많은 데다 자세히 설명문을 읽지 않으면 그냥 평범한 돌덩이들에 지나지 않을 로마시대 비문 묘지명을 몇 점 각잡고 읽노라니 하나하나 사연 없는 게 없고 다 눈물이 나더라.
아주 어려 죽은 아들을 위한 엄마의 애절함이 있는가 하면 떠난 엄마를 그리는 아들 편지도 있더라.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기 마련이라 하고 그 섭리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지마는 그런 사연을 대할 때마다 내가 가슴 한 켠이 아리고 저리는 이유는 나이 탓일까?
다 가슴 아프다.
왜 이리 아픈지 향수병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그런 아픈 내가 진짜로 아픈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새 박물관이야 한 시간을 버티기 힘들고 갈수록 그 공기에 질식하지만
그래도 이런 해외여행, 더구나 동행이 없는 중늙은이 홀로 장기여행은 박물관 없이는 무엇인가 채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 싫은 박물관에 더 의지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두어 시간 때우고선 약속장소로 나가 이곳 지인을 만나 한식당 이조에서 점심 끼니를 때우고선 숙소로 귀환하니
아직 낮이라
테르미니 역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그 길목 저 마시모 박물관으로 들어가 한 시간을 때우다 숙소로 들어와 이 글을 쓴다.
지금 우리 나이엔 실은 박물관이 아니라 풍경을 즐길 때다.
이 풍경도 동행이 있어야 신이 나는 법이지만 지금 내 사정은 그러지 아니해서 박물관 놀이 일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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