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 계절의 노래(236)
겨울 저녁[冬夕]
[唐] 잠삼(岑參) / 김영문 選譯評
진주 촉석루
광활한 서리 바람
하늘 땅 스쳐 부니
온천과 화정(火井)에도
생기라곤 전혀 없네
물 속 용도 얼어붙어
몸을 펴지 못하고
남산 위 야윈 잣나무도
남은 비취빛 스러지네
浩汗霜風刮天地, 溫泉火井無生意. 澤國龍蛇凍不伸, 南山瘦柏消殘翠.
진주 촉석루
오늘(1. 6)이 소한(小寒)이니 일년 중 가장 추운 때다. 이른바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속에 찬”(김종서) 계절이며, 겨울 산이 “눈 속에서 오소리처럼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임보) 시절이다.
화정(火井)은 포항의 천연가스 불처럼 끊임없이 불길이 솟구쳐나오는 불 우물을 가리키기도 하고, 온천을 그냥 화정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또는 추위를 막기 위해 피워놓은 난로나 화덕을 비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날씨가 얼마나 추웠으면 온천과 화정에서조차 따뜻한 생기를 찾아볼 수 없을까? 이런 날씨에는 강물이나 소택지조차 강바닥까지 얼어붙었을 테니 용사(龍蛇)가 운신할 한 치의 공간도 없음이 당연하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청청한 절개를 자랑한다는 송백(松柏)은 어떤가? 역시 동장군의 위세에 가지와 잎이 얼어붙어 겨우 남은 푸른빛조차 스러지고 있다.
이 시 작자 잠삼은 성당盛唐 시기 변새시邊塞詩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변새(邊塞)란 변방이다. 잠삼, 고적(高適), 왕지환(王之渙) 등은 변방에서 병역에 복무하며 그 차갑고 쓸쓸한 심정을 읊었다.
우리가 흔히 군대 생활을 과장하듯 변새시파 시에도 다소 과장된 묘사가 있지만 궁벽하고 황량한 산하에서 수자리를 서며 느낀 절절한 감상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주희는 귀신을 음양의 굴신(屈伸)이라고 했다. 시간으로 보면 정오 이전은 신(神)이고, 그 이후는 귀(鬼)다. 계절로 보면 봄과 여름은 신(神)이고, 가을과 겨울은 귀(鬼)다. 그 중에서도 소한은 귀(鬼)가 극에 달하는 절기다.
음이 극한 동지를 복양절(復陽節)이라 부르듯, 귀(鬼)가 극한 소한도 복신절(復神節)이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이제 바야흐로 신(神)이 복귀하는 시절로 들어섰다.
여주 신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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