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235)
납매(臘梅)
[宋] 정강중(鄭剛中) / 김영문 選譯評
납매
흰옷 입던 선녀가
새 옷으로 바꾼 듯
봄에 앞서 은은하게
노란색으로 물들였네
교교한 섣달 눈과
다투려 하지 않고
고독한 어여쁨을
그윽한 향에 덧붙일 뿐
縞衣仙子變新裝, 淺染春前一樣黃. 不肯皎然爭臘雪, 只將孤艶付幽香.
납매
섣달에 피는 매화라 납매(臘梅)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국 원산이라 당매(唐梅)라고도 부른다. 납(臘)은 납월(臘月) 즉 음력 12월이다. 그러나 개화 시기는 좀 길어서 대개 동짓달에서 정월까지 꽃을 피운다. 색깔은 노란색이며 향기가 진하다.
남쪽에는 납매가 피었거나 곧 필 것이다. 겨울에 피는 꽃이라 매화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소속은 매화와 다르다. 즉 매화는 장미과지만 납매는 납매과에 속한다.
중국에 있을 때 겨울에 아무개 라오스(老師) 댁을 방문하여 서재로 들어서는 순간 매우 진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이게 무슨 향기냐고 물었더니 꽃병에 꽂아놓은 노란 꽃을 가리키며 ‘라메이(臘梅)’라고 알려줬다. 그때 처음으로 12월에 피는 노란 매화가 있음을 알았다.
송광사 설중매. 김태형 제공
우리 주위에는 백매(白梅)나 홍매(紅梅)가 대부분이고 납매는 그렇게 많지 않다. 봄이 멀지 않았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귀한 꽃이다.
이 시에서도 흰 옷을 입던 선녀가 봄에 앞서 노란색으로 물들인 새 옷을 입었다고 비유했다. 아직 녹지 않은 흰 눈 속에서 피어난 노란 납매는 그 색깔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고독한 어여쁨(孤艶)’이란 표현이 매우 애잔하다.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섣달에 꽃을 피운 탓일까? ‘고독한 어여쁨’은 단지 그윽한 향기만으로도 자신의 실존을 알린다. 꽃이 그러하거늘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는 어디에까지 미칠까?
인향(人香)은 적어도 만 리에까지 미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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