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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崩이라는 말, 그것을 둘러싼 과한 욕망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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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너무 많은 이야기가, 너무 그럴 듯하게 통용한다.

이르기를 같은 죽음인데도 이 글자를 쓰면 그 국가는 제국을, 더 구체로는 중국의 천자국과 같은 국가를 지향했다 한다. 

예컨대 그 대표하는 경우가 백제 무령왕 죽음을 백제인들이 영동 대장군 백제 사마왕이 향년 62세로 붕崩하시었다는 표현을 이렇게 압도하게 해석하는 일이 있다.

이는 예기禮記라는 중국 고대 의례서, 각종 의식 집행에 따른 절차를 그 세부하는 항목에 따라 집성한 책 중에서도 잡다스러한 모음집이라는 곡례曲禮라는 챕터에 나오는 말,

곧 같은 죽음인데도 천자는 붕崩, 제후는 훙薨, 대부는 졸卒, 기타 士 사무라이는 불록不祿, 일반 백성은 사死에 뿌리박는 설명으로 이거 참 그럴 듯하게 들리고,

실제 저와 같은 예기 규정이 나온 이래, 그것이 유가의 절대 경전, 나아가 국가 의례 전반을 구속함에 이르러 저리 구속하는 압도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그것 뿐이라, 그렇다고 다른 죽음, 곧 천자 아닌 사람의 죽음에 대해 崩이라는 글자를 안 쓰거나 못썼느냐 하면 천만에,

특히 부모, 개중에서도 아버지 죽음을 저 글자를 흔히 써서 천붕天朋이라 했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위상을 지닌 죽음이 곧 아버지 죽음이었던 것이다. 

나아가 저 글자는 생김 양태를 보면 山과 朋이라, 후자는 말할 것도 없이 그 발음을 표식하는 기호지만 물론 그 발음에는 산과 같은 것이 무너질 때 나는 소리 곧 우르르붕붕 꽝에서 비롯한다. 붕 뜬다 하는데 이 붕이 바로 저 붕이다. 

山은 그런 발음 글자 중 그 의미를 제한하는 기호로, 이를 부수자라 하는데, 곧 저 崩이라는 글자는 애초하는 의미가 산이 무너지는 일을 말한다.

실제로 산과 둑 같은 것이 무너지는 일을 崩 혹은 괴壞라 하고 아예 두 글자 조합으로 붕괴崩壞라 하거니와,

이에서 보듯이 崩이라는 글자는 그 쓰임이 의외로 다양했다.

설문에 저 글자를 풀기를 山壞也。从山朋聲。라 했거니와, 이는 곧 산사태, 산이 무너진다는 뜻이다. 山과 朋을 합친 형성자라 해설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崩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해서 그 죽은 사람이 천자?

실제 무령왕과 동시대 중국 당나라 때 묘지명을 보아도 천자가 아님에도 그 죽음을 崩으로 표식한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가끔 보인다. 

朋이라는 글자가 보인 데서 백제가 천자국을 지향했니 마니, 세자世子라는 말 말고 태자太子라는 말을 썼다 해서 그 왕조가 천자국을 지향했니 마니 하는 물음은 실은 그닥 의미가 없다. 

왜?

설혹 제후국이라 해도 그 제후국 자체로 보면 그 권력 구조가 피라미드라, 그 제후왕 아래 무수한 대부가 포진하며, 다시 그 대부 또한 그 아래 무수한 쫄개들을 거느리는 구조다. 

그 층위 하나하나가 또 하나의 피라미드 구조를 형성한다는 뜻이며, 그 하나하나가 다 또다른 버전의 천자국 시스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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