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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동반도 적산포. 장보고의 주된 활동무대였다. 이곳에 장보고는 법화원이란 사찰을 지어 근거지로 삼았다. 엔닌은 장보고의 도움으로 법화원에 머물기도 했다. 연합DB
일본의 자각대사(慈覺大師) 엔닌(圓仁, 794~864)의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구사한 한문은 여러 모로 군데군데, 그리고 곳곳에서 이른바 콩글리시, 일본식 냄새가 나는 한문 표현이 보이거니와, 그 와중에 내가 그 사례로 주목했던 것이 이 책 본문 첫 대목 다음 문장이다.
承和五年六月十三日午時,第一、第四兩舶諸使駕舶。縁無順風,停宿三個日。
승화 5년 6월 13일 오시에 제1선박과 제4선박에 모든 사절이 승선했다. 순풍이 불지 않아 3日간 정박했다.
나는 처음에는 정박한 기간 3일을 "三個日"이라고 표현한 대목을 일본식 한문으로 여겼다. 한데 엔닌이 왜 이렇게 표현했는가를 이 텍스트 전반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 이유를 알았다.
엔닌은 기간과 시간을 구별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위 문장에서 3일간 정박했다는 말은 '三日'이라는 말로 충분함에도 그것에다가 '三個日'이라고 한 것은 전자로 표현하면 자칫 날짜 3일이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표현이 엔닌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기간과 날짜를 구별해야 하는 당시 문자구사층이 계발한 하나의 구별 장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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