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276)
새해[新年]
[宋] 유창(劉敞)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눈 녹고 얼음 풀려
푸른 봄빛 새어나와
온갖 사물 새로움이
취한 눈에 놀라워라
꽃시절이 나는 새 같음을
이미 알고 있음에
오로지 이 신세를
하늘 이치에 맡겨두네
雪消冰解漏靑春, 醉眼驚看物物新. 已識年華似飛鳥, 直將身世委天均.
사람은 누구나 눈이 녹고 얼음이 풀리고 만물의 새싹이 돋는 새봄을 기다리지만, 이는 기실 세월이 흘러가는 풍경이다. 봄은 바로 화양연화(花樣年華)다. 말 그대로 꽃 같은 세월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봄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새처럼 눈 깜짝할 새에 가버린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청춘이다. 이 시에 쓰인 청춘(靑春)과 연화(年華)라는 어휘가 그런 찰나를 잘 포착했다. 찰나로 영원을 포착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다.
무정한 세월과 엇갈린 사랑을 줄기차게 스크린에 담아온 감독이 바로 홍콩의 명감독 왕가위(王家衛)다. 『화양연화』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고, 그는 겉으로 보기에 무협영화처럼 포장한 『동사서독(東邪西毒)』, 『일대종사(一代宗師)』에서도 똑 같은 주제를 반복한다. 헐리우드에서 찍은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 春光乍泄)』도 마찬가지다. 그의 주제 의식은 도저하다. 따라서 그의 영화는 늘 애잔하다. 스쳐 지나가는 세월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왕가위 영화의 대종이다. 이 시에서 읊은 것처럼 꽃 같은 봄날은 저 하늘의 새처럼 깊고 무상한 세월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진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오로지 천지자연의 이치에 맡겨둘 수 있을 뿐... 새 봄의 새로움은 세월 무상의 다른 이름이다. 이백은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와, 치달리며 흘러 바다에 이른 후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回”이라고 읊었고, 소식은 “장강은 동쪽으로 흐르며, 세찬 물결로, 천고 역사의 풍류 인물을 모두 쓸어가 버렸네(大江東去, 浪淘盡, 千古風流人物)”(「염노교念奴嬌·적벽회고赤壁懷古」)라고 읊었다. 산울림의 노래도 들려온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세월무상이란 불변의 이치는 동서고금이 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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