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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서악동 고분군과 서악동 삼층석탑
한시, 계절의 노래(174)
가을비 탄식 10수 중(秋雨歎十解) 아홉째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안개인 듯 먼지인 듯
있는 듯 없는 듯
순식간에 짙어졌다
다시 또 듬성듬성
구월 새벽 맑은 서리
홀연히 망각하고
이월 초 몽몽한 날씨
그대로 불러오네
似霧如塵有却無, 須臾密密復疏疏. 忽忘九月淸霜曉, 喚作濛濛二月初.
안개보다는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 안개도 아니고 이슬비도 아닌 비를 ‘는개’라고 한다. 는개는 온 천지를 몽몽하게 덮으면서 사람의 마음까지 적신다. 가을인데도 마치 봄처럼 느껴져 저 강변 어디 촉촉한 버드나무엔 연초록 새싹이 돋을 듯하다. 도종환의 「가을비」가 떠오른다.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가슴 저리다. 하지만 그가 장관이 되기 전에는 절창으로 다가오던 이 시가, 지금은 시적 여운이 반감 되는 느낌이다. 오세영의 가을비는 섬뜩하다. “후두둑/ 관에 못질하는 가을비 소리” 무서워라! 그럼 가을에 내리는 는개비는 사람을 죽이는 독가스일까? 가슴 떨리는 가을이다. 가을비에 젖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추녀(秋女), 추남(秋男)들의 무사 생환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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