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75)
천문산 바라보며(望天門山)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천문산이 중간에 끊겨
초강이 열리니
벽옥 강물 동류하다
북쪽으로 감아도네
양쪽 강안 푸른 산이
마주한 채 튀어나오자
외로운 돛 한 조각
태양 곁에서 다가오네
天門中斷楚江開, 碧水東流至北回. 兩岸靑山相對出, 孤帆一片日邊來.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강은 산을 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곳곳의 강산을 유람해보면 강이 산을 꿰뚫고, 산이 강을 건너는 곳이 허다함을 알 수 있다. 천고의 세월은 강과 산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말 그대로 아름다운 ‘강산’을 빚어낸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이 성립하듯,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라는 말도 성립한다. 한계를 돌파한 곳에서 새로운 천지가 열리는 법이다. 강과 산의 변증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중국 장강(長江)이다. 배를 타고 장강삼협(長江三峽)을 흘러가보면 눈앞을 압도해오는 강산의 천변만화에 말문이 막힌다. 그저 감탄사만 내뱉을 수 있을 따름이다. 삼협에 속하지는 않지만 천문산도 장강의 그런 명소 중 하나다. 지금의 안휘성(安徽省) 당도현(當塗縣) 남서쪽에 자리한 천문산은 장강이 비스듬히 북류하면서 단애를 만든 곳이다. 동쪽에는 박망산(博望山)이, 서쪽에는 양산(梁山)이 우뚝 솟아 마치 하늘이 만든 관문처럼 서로 대치하고 있다. 이백은 배를 타고 그곳을 지나며 눈앞에 다가오는 장관을 신속하게 포착했다. 저 멀리서 칼로 잘라놓은 듯한 절벽이 서서히 다가오자 벽옥색 강물은 북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감아 도는 눈앞에 문득 거대한 바위 산이 박두하듯 나타나고, 그 사이로 태양이 비치는 수평선에서는 외로운 돛단배가 천천히 흘러온다. 장엄하고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도도한 강물 위에서 작은 돛단배는 늘 외롭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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