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54)
열일곱수 추포가(秋浦歌十七首) 중 열다섯째
[唐]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하얀 머리카락
삼천 장(丈)인데
시름 따라 이처럼
길어졌구나
모를레라 거울 속에
비친 저 모습
어디서 가을 서리
얻어왔을까
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통 큰 시름이라고 해야 할까? 이백은 백발을 시로 읊으면서도 특유의 과장법을 사용한다. 백발이 삼천 장(丈)이라니... 말이 되는가? 이백은 「여산폭포를 바라보며(望廬山瀑布)」에서 “휘날리는 물살이 삼천 척 내려 꽂히니(飛流直下三千尺)”라고 읊었다. 여산폭포 물줄기도 겨우 삼천 척(尺)에 불과한데 백발은 그 열 배에 달하는 삼천 장(丈)이라 했다. 어떻게 이처럼 길게 자랄 수 있을까? 다음 구절에서 묘사한 것처럼 그건 시름 때문이다. 한(漢)나라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에서는 “삶은 100년도 채우지 못하는데, 늘 천 년 근심을 안고 사네(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라고 탄식했다. 하긴 붓다도 이 세상을 고해(苦海)로 규정하지 않았던가? 이백의 묘사가 이뿐이었다면 기상천외한 과장법으로 그쳤으리라. 하지만 이백은 「장진주(將進酒)」에서처럼 '밝은 거울[明鏡]'을 들여다보며 가을 서리 같은 백발을 어디서 얻어왔느냐고 묻는다. 거울 속 자신에게 물었으므로, 역시 자신이 대답해야 한다. 앞 구절에서 백발 3000장은 시름 때문에 자란 것이라고 이미 밝혀놓고 왜 같은 질문을 던지는가? 따라서 이 질문은 백발의 원인인 시름에 대한 질문이라고 봐야 한다. 이 깊은 시름을 대체 어디서 얻어왔는가? 질문만 있고 대답은 없다. 이 시의 기상천외한 과장법이 속되지 않게 인간 내면의 슬픔 속으로 스며드는 까닭이 바로 이 지점에서 연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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