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56)
궂은비[陰雨]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잎과 가지 젖어들어
사방에 물기 스미는데
짙은 구름 오고가며
그 기세 얼마나 긴가
드넓은 천지 간에
맑은 바람 가득하여
가뭄 구한 공로 높고
더위도 시원해지네
潤葉濡枝浹四方, 濃雲來去勢何長. 曠然寰宇淸風滿, 救旱功高暑氣凉.
가을장마가 시작되는 시절이다.
뜨거운 여름에 북쪽으로 세력을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입추와 처서가 지나면서 힘이 줄어 다시 한반도 상공에서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나 오츠크해 고기압과 장마전선을 형성한다.
6월 여름장마처럼 길지는 않지만 비오는 날이 잦아진다.
하지만 근래에는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가을장마도 여름장마 못지않게 장기간 폭우를 쏟아붓기도 한다.
게다가 이 환절기에는 기압 배치가 매우 불안하여 곳곳에 국지성 호우가 내리기도 한다.
짧은 가을장마가 지나면 가을은 우리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이때 쯤이면 릴케의 「가을날」이 저절로 떠오른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도 귓전에 맴돈다.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가을을 맞으며 나태주는 더욱 직설적으로 당부한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멀리서 빈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기원한다.
“가을이라는 말만 듣고도 가슴 휑한 벗들이여/ 가을에는 부디 절절히 아프시라”
그리하여 깊고 깊은 아픔 끝에 마침내 고운 진주를 잉태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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