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보는 방송 프로그램 중에 TvN 《나는 자연인이다》가 있는데, 대체로 출연자는 남성이 압도적이고 배경은 가끔 섬이 등장하기도 하나 산촌이 압도적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역시 엄마가 해주던 요리를 떠올리곤 하는데, 개중 압도적으로 기억에 강력한 것으로 두부 만들기가 있다.
물론 그렇다 해서 그 두부 만드는 공정이 뚜렷이 남은 것은 아니라서, 지금 당장 나한테 그 재료가 주어진다 해서, 내가 그것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억력이 또릿한 것은 아니다.
다만 대략으로 기억에 남는 것들을 추려보건대, 갈아온 콩은 반드시 가마솥을 이용했다는 것인데, 쇠죽 끓이는 그 가마솥을 깨끗이 닦은 다음 이용했다.
콩을 갈러 오가는 길, 그리고 그 가마솥에다가 불을 때는 일이 내 몫이었다.
첨에 끓일 적에는 센 불을 땠다고 기억한다. 그러다가 일정 시점에 간수라는 응고제를 넣는데, 그게 별 게 아니라 소금물 아니었던가 한다. 이때 관건은 불길을 죽여다 한다는 것인데, 그 죽인 불길에 간수를 넣으면 저리 콩이 응고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적당히 저 상태로 응고한 콩을 무슨 거름 헝겊 같은 데다가 부어서 간수물을 아래로 빼어버리고는 그 덩이를 덮어서 위에다가 돌 같은 것으로 짓눌러 두어 시간 지나면 우리가 아는 두부가 되었다고 기억한다.
그 덩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파를 잔뜩 썰어넣은 간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그리 일품일 수 없었다. 이 두부가 젤로 맛이 날 때가 따끈따끈한 기운이 남아있는 그 상태인데, 그것이 좋다 해서 요새 두부 요리를 해서 파는 음식점을 가 보면, 따뜻한 두부를 내어오는데, 그건 이미 식은 두부를 다시 데운 것이라 제 맛이 나지 아니한다.
앞 사진이 간수를 막 넣어 응고하기 시작한 상태가 아닌가 하는데, 저 상태가 바로 순두부다.
갈아버린 콩은 찌꺼기를 생산하는데, 그게 바로 비지라, 이 비지가 별미라 해서 요새 따로 팔기도 하거니와, 내 어릴 적 집에서 아무리 먹을 것이 없다 해서 비지를 먹은 적은 별로 없고 대부분은 돼지한테 줘버리거나, 쇠죽에 넣어 소한테 줘버렸다.
뭐 소돼지도 먹고 살아야 하니깐 말이다.
오늘 아침 아산 외암마을 인근 식당에 들렀더니, 마침 두부를 뜨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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