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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간수와 비지, 그리고 두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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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보는 방송 프로그램 중에 TvN 《나는 자연인이다》가 있는데, 대체로 출연자는 남성이 압도적이고 배경은 가끔 섬이 등장하기도 하나 산촌이 압도적이다. 

얼마나 신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갖가지 사연, 대체로 아픔을 안고서는 은거한 사람들 이야기다. 

그네들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험지에서 혼자서 집을 짓고 밭을 일구고 밥과 반찬을 해 먹는데, 하나같이 하는 말이 그 요리가 "어린시절 엄마가 해준 요리"라고 하더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역시 엄마가 해주던 요리를 떠올리곤 하는데, 개중 압도적으로 기억에 강력한 것으로 두부 만들기가 있다. 

물론 그렇다 해서 그 두부 만드는 공정이 뚜렷이 남은 것은 아니라서, 지금 당장 나한테 그 재료가 주어진다 해서, 내가 그것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억력이 또릿한 것은 아니다. 

다만 대략으로 기억에 남는 것들을 추려보건대, 갈아온 콩은 반드시 가마솥을 이용했다는 것인데, 쇠죽 끓이는 그 가마솥을 깨끗이 닦은 다음 이용했다. 

콩을 갈러 오가는 길, 그리고 그 가마솥에다가 불을 때는 일이 내 몫이었다. 



첨에 끓일 적에는 센 불을 땠다고 기억한다. 그러다가 일정 시점에 간수라는 응고제를 넣는데, 그게 별 게 아니라 소금물 아니었던가 한다. 이때 관건은 불길을 죽여다 한다는 것인데, 그 죽인 불길에 간수를 넣으면 저리 콩이 응고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적당히 저 상태로 응고한 콩을 무슨 거름 헝겊 같은 데다가 부어서 간수물을 아래로 빼어버리고는 그 덩이를 덮어서 위에다가 돌 같은 것으로 짓눌러 두어 시간 지나면 우리가 아는 두부가 되었다고 기억한다. 

그 덩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파를 잔뜩 썰어넣은 간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그리 일품일 수 없었다. 이 두부가 젤로 맛이 날 때가 따끈따끈한 기운이 남아있는 그 상태인데, 그것이 좋다 해서 요새 두부 요리를 해서 파는 음식점을 가 보면, 따뜻한 두부를 내어오는데, 그건 이미 식은 두부를 다시 데운 것이라 제 맛이 나지 아니한다. 

앞 사진이 간수를 막 넣어 응고하기 시작한 상태가 아닌가 하는데, 저 상태가 바로 순두부다. 



갈아버린 콩은 찌꺼기를 생산하는데, 그게 바로 비지라, 이 비지가 별미라 해서 요새 따로 팔기도 하거니와, 내 어릴 적 집에서 아무리 먹을 것이 없다 해서 비지를 먹은 적은 별로 없고 대부분은 돼지한테 줘버리거나, 쇠죽에 넣어 소한테 줘버렸다. 

뭐 소돼지도 먹고 살아야 하니깐 말이다. 

오늘 아침 아산 외암마을 인근 식당에 들렀더니, 마침 두부를 뜨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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