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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강물 얼음 걷히자 피어나는 버들

by taeshik.kim 2019.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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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82)


강위에 눈이 개다[江上雪霽] 


[宋] 주숙진(朱淑眞, 1135?~1180?) / 청청재靑靑齋 김영문 選譯評 


강물에 얼음 녹자

초록 비늘 일어나고


들판은 깨끗해져

연무 먼지 드무네


남쪽 북쪽 다리 곁에

봄바람 불어오니


버들색 푸릇푸릇

봄빛이 새나오네


江水冰消起綠鱗, 川原蕩滌少煙塵. 風吹南北溪橋畔, 柳色參差欲漏春.





내가 자란 동네는 산골이지만 마을 앞뒤로 냇물이 흘러서 그렇게 궁벽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앞개울은 앞거랑, 뒷개울은 뒷거랑이라 불렀다. 앞거랑보다 뒷거랑이 훨씬 크고 넓다. 물고기 잡고 수영하는 것을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익혔다. 대학 진학 이후 해수욕장에 갔을 때 수영을 할 줄 아는 친구들이 드물어서 좀 놀란 적이 있다. 개나 소도 수영을 하는데 어떻게 사람이 수영을 못 하지라고 생각했다. 촌놈의 편견인 셈이다. 친구들은 산골 출신인 내가 능숙하게 수영하는 걸 오히려 의아하게 여겼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쯤 앞거랑 뒷거랑에 얼음이 녹으면 얼음 배를 타고 놀았다. 해빙으로 얼음이 갈라져 직경 3~4미터 정도의 큰 얼음 조각이 생기면 그 위로 올라가 중앙에 구멍을 뚫고 장대를 집어넣어 노로 삼았다. 그것으로 강바닥을 밀면 얼음을 앞뒤 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다가 얼음이 다시 몇 조각으로 갈라지면 냇물에 빠지는 일도 허다했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께 자주 매를 맞기도 했다. 그렇게 얼음배를 타며 봄을 맞았다. 





대개 양력 2월 중순에서 3월 중순이 해동 시기다. 얼음이 녹은 냇물에는 초록빛 물결이 일고, 음산한 겨울 기운이 빠져나간 들판에는 병아리색 같은 햇살이 비친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확연히 다르다. 이른바 훈풍(薰風)이다. 냇가 버드나무도 무채색 잿빛에 언뜻언뜻 연초록 빛이 감돈다. 봄바람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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