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281)
영춘화(迎春花)
[宋] 왕안중(王安中)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엄동에 쌓인 눈
다 털어내고
가지 가득 황금빛
색칠하누나
메마른 덩굴에서
밝은 꽃 피워
동풍에 첫 번째로
향기 뿜누나
拂去隆冬雪, 弄作滿枝黃. 明花出枯萎, 東風第一香.
영춘화. 연합DB
초급중국어 수업 때 개나리를 ‘잉춘화(迎春花: 영춘화)’로 배웠다. 나는 근래까지도 개나리가 영춘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독일 출신 중문학자를 만나, 그와 번역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영춘화’가 개나리가 아니라 별도의 꽃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 믿을 수 없었으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영춘화와 개나리의 학명이 다름을 확인했다.
개나리는 ‘Forsythia suspensa(Forsythia koreana)’가 라틴 학명이고 중국어로는 ‘롄차오(連翹)’라 부른다. 이와는 달리 영춘화는 ‘Jasminum nudiflorum Lindl.’란 학명에 중국어로 ‘잉춘화(迎春花)’라 부른다. 언뜻보면 노란색 꽃이 비슷한 듯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덩굴모양과 꽃모양이 매우 다르다.
영춘화. 연합DB
영춘화는 이미 2월 초부터 꽃을 피우므로 개나리보다 개화 시기가 훨씬 빠르다. 명실상부하게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 부를 만하다. 영어 이름 ‘Winter Jasmine’에도 꽃을 피우는 시기가 겨울임이 드러난다. 이 시에서는 봄날에 첫 번째로 향기를 퍼뜨리는 꽃이라고 묘사했지만 기실 향기는 별로 없다. 황금색 꽃을 보고 시각적으로 향기를 맡는 경우인 셈이다. 이른바 공감각이다. 긴 겨울 끝에 봄이 오기 전부터 꽃을 피우므로 ‘희망’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오늘 외출했다가 돌아오다 보니 우리 동네 담장 영춘화도 샛노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꽃을 피우는 모든 식물은 경이롭다. 어떻게 캄캄한 땅 속 기운을 저렇게 곱고 향기로운 꽃송이로 화(艸化)하게 할까? 특히 겨울 끝에 피는 이른 봄꽃들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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