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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괴테 《시와 진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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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30년쯤 전일 것이다.

내가 부천 송내, 그리고 얼마뒤 같은 부천 원미동으로 옮긴 막내누님집에 빌붙어 생활할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 누님집에 이상하게도 아무도 읽지 않는 문학전집 서너종이 있었는데 하나는 삼포능자..미우라 아야꼬라는 일본 여류작가와 독일작가 레마르크, 그리고 괴테 전집이 꽂혀 있었다.

공부 혹은 독서와는 거리가 먼 누님집에 이들 작가전집이 있게 된 사연은 모르나 아마도 길거리에서 파는 전집을 장식용으로 갖다 놓지 않았나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독서 벽이 있어 닥치는대로 읽을 무렵이라, 《빙점》이 대표하는 삼포능자와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내세운 레마르크는 순식간에 그 두툼한 전질을 다 읽어내렸다.

한데 이런 나에게도 괴테는 고역 중의 고역이었다.




그의 《파우스트》는 읽다가 하도 재미없어 중간에 때려쳤고 그의 자서전이라는 《시와 진실》도 멋대가리라곤 눈깔씨가리만치도 없어 초장에 덮어버렸다.

조금전 퍼뜩 이 생각이 난 까닭은 내 서가에 꽂힌 책에서 《시와 진실》 근자 새로운 번역본을 봤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돌이키니 지금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1970~80년대엔 도대체 어떤 힘으로 저들 작가의 전집을 번역했을까 하는 의아함이다.

요새 삼포능자 레마르크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 시절엔 좀 인기있는 작가였다고 하자. 내 기억에 이들 두 작가는 적어도 그들의 모든 작품을 다 옮겼다 할 정도로 당시 완역은 파격이었다.

하물며 괴테는 어떠한가?

괴테 전집도 기억이기는 하나 열몇권 혹은 스무권 가깝지 않았나 한다.

이들 전집은 국립중앙도서관에나 있을라나?

헌책방에도 도무지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당시 얼마되지 않던 누님집 서가에 꽂힌 다른 책 중에는 이상하게도 당말唐末의 유미주의 계열 시인이라 할 이상은 시집이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생생하다.

내가 이상은을 접하기는 이 때가 처음인데, 참말로 시가 개떡 같다는 생각을 한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2015.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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