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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조瞿同祖 《중국법률과중국사회中國法律與中國社會》 사형에서 유배로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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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조瞿同祖, 중국법률과중국사회[中國法律與中國社會]


번역 : 이태희 


제1장 3절 형법과 가족주의-친속간의 침범-살상죄14


올바른 지시를 따르지 않아 부모를 자살케 했다면, 이는 예를 어기고 법을 위반한 행위로 죄가 됨이 마땅했다. 그러나 몇 번이나 간곡하게 말씀 드렸음에도 부모가 용납지 않았고 결국 그릇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던 까닭에 이치 상 지시를 어겼다고 볼 수 없다. 법조문 주에는 ‘지시를 어겼다는 것은 따를 수 있음에도 고의로 어긴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어 잘못된 지시를 어겨 부모가 자살한 경우는 처벌 규정이 없는 셈이었다. 따라서 유지청(劉知淸)의 행동은 불효로 간주할 수 없을 뿐더러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부모를 봉양하는 도리에 부합하는 것이었기에 형부(刑部)의 설첩(說帖)도 이 점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산서순무(山西巡撫)조차도 교죄(絞罪)에서 유죄(流刑)로 감경하여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법적으로도 정상을 참작할 수밖에 없었기에 유형(流刑) 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상에서도 볼 수 있듯 법률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자손이 지시를 어겨 부모가 자살했다는 사실이며 지시가 옳고 그름은 부차적인 것이었다는 점이다. 형부(刑部)가 장씨(張氏)의 죽음을 유지청(劉知淸)이 돈을 돌려주었기 때문에 비롯된 일로 본 것이나 진무(晉撫: 산서순무)가 “(죄를) 의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자신의 자식을 책망했을 뿐이지만 그 때문에 손자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상했던 조모의 사례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전종보(田宗保)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5살의 어린아이 장수(長受)가 있었다. 장수는 할머니 당씨(唐氏)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하루는 당씨가 집을 비운 사이 장수가 밥을 먹으며 장난을 쳤다. 전종보가 큰소리로 빨리 밥이나 먹으라고 소리치자 장수는 투정을 부리다 밥그릇을 던저 깨뜨렸다. 종보는 화가 나서 한 차례 장수의 등을 때렸다. 장수가 울자 계모 팽씨[田彭氏]는 시어머니의 화를 돋울까 두려워 울음을 그치라고 다그쳤다. 장수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팽씨가 다시 한대 때렸고, 때마침 이웃집에서 돌어온 당씨가 이 광경을 보고 화가나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종보는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하고 이웃집 아주머니를 불러 말려달라고 부탁했다. 당씨는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리자 종보는 어머니의 야식을 위해 술을 사러 거리로 나갔다. 팽씨는 어머니가 한숨 주무시고나면 화가 풀릴 것으로 생각하고 감히 들어가 보지 못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어머니는 화가 풀리지 않아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다. 


형부(刑部)는 “본래 장수를 가르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업신여기거나 학대한 것은 더욱 아닌데다 당씨가 우선 이웃집에 가서 없는 사이에 꾸짖고 때린 것이기에 지시를 어긴 것과도 구별된다. 당씨의 자살은 의도하지 못했던 것으로 사건의 본질을 살펴보면 실로 안타까우니 정상을 참작하여 감경하여 유형(流刑)에 처하는 것을 허락하니 황명을 받들어 시행하도록 하라”하였다. (刑案彙覽 44:11a-1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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