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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국립문화재연구소지 국립고고연구소가 아니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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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재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인 문화재청은 행정과 기획 조정을 중심으로 하는 까닭에 그 실무실행부서를 산하에 두게 되거니와, 정부부처 중에서도 차관급이라 기세가 약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엿한 정부부처라, 번식본능이 있어 야금야금 사세를 확장하게 되거니와, 그 일환으로 그 산하에도 이런저런 기관을 속속 거느리기 시작했으니, 심지어 충남 부여에다가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라는 4년제 대학까지 설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물관도 한 곳이 있어 국립고궁박물관이 그것이라, 박물관이라는 이름 달았다 해서 국립박물관에서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하거니와, 전남 목포에다가 본부를 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도 실은 그 기반을 박물관에 두지만, 중앙박물관에서 하도 지랄을 하는 바람에 그 충돌을 피하고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라는 간판으로 아예 바꿔 버렸다.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고고학연구소가 아니다. 

 

암튼 그런 실행을 담당하는 산하기관으로 대표적인 곳이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두 곳이 있거니와, 이 두 곳은 그 이름이 표방하듯이 연구조사를 전담한다. 육상은 문화재연구소가, 해양은 해양문화재연구소가 전담하는 이원 구조다. 이를 보면 하나가 빠진 것을 알 수 있는데, 바로 공군이다. 이 공군에 해당하는 기관 독립이 필요한데, 공중에 무슨 문화재? 라고 할지도 모르나, 무수한 천연기념물이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사실을 망각할 수는 없다. 이 부문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문화재청에는 천연기념물과가 있고, 국립문화재연구소에는 천연기념물센터가 있다. 

 

요새는 문화재 대다수가 환자라, 보존과학쪽 업무 비중이 높아져 연구소 산하에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그 일을 전담하거니와, 아무튼 천기센터와 보존과학센터는 독립해야 한다. 그래서 독자적인 업무수행과 해당 분야 입지 다지기가 가능하다.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 니들이 장수하늘소를 아니 고고학도들아? 

 

문제는 국립문화재연구소. 그 역사는 문화재청 자체와 맞먹는다 할 정도로 오래거니와, 이는 말할 것도 없이 행정 중심인 문화재청(전신 문화재관리국을 포함)에 견주어 그 실행을 위해 설립한 기구다. 

 

2020 5월 현재 그 조직을 보면 2과 7실 7지방연구소 1보존과학센터라, 그 설립 목적을 "문화유산을 연구 · 발굴 · 보존 · 복원하는 국가 기관으로 우리 전통문화유산을 조사하고 연구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문화재의 연구 · 조사 · 개발 등 문화유산과 관련된 종합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 기관이며, 책임 운영 기관이자, 국가 연구 개발 사업 수행 기관입니다"고 소개하거니와, 실상은 어떠한가? 이 문제를 짚고자 한다. 

 

불탄 낙산사 동종. 니들이 동종을 아니 고고학도들아? 

 

이것이 수행하는 다양한 기능은 우선 연구소 본소에 설치한 7개실, 곧 고고연구실·미술문화재연구실·건축문화재연구실·보존과학연구실·복원기술연구실·자연문화재연구실·안전방재연구실이라, 이런 편제에서 연구소가 수행하는 다양한 기능 혹은 역할을 짐작한다. 이런 편제 자체를 보면 문화재연구소는 문화유산 전반에 대한 조직임은 분명하다. 

 

한데 문제는 전국 주요한 곳에 설치 운영 중인 지방연구소. 현재 그 설치 지역 혹은 기능 중심으로 보면 경주·부여·가야(김해)·나주·중원(충주)·강화·완주라, 이들 지방연구소가 권역별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가다. 

 

이들 지방연구소는 실제 그 수행 기능을 보면 모조리, 싸그리 다 고고연구소다. 따라서 이들 지방연구소는 실상은 국립문화재연구소 본소에 설치된 고고연구실 산하기관인 셈이다. 

 

캥거루 쥐. 니들이 캥거루쥐를 아니 고고학도들아? 

 

왜 이렇게 말하는가? 이들 지방연구소가 하는 일이라고는 모조리 땅을 파서 뒤집는 일인 까닭이다. 이들 지방연구소는 땅 파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모조리 발굴현장을 권역별로 나누어 그 일 하느라 1년 열두달 365일을 허비한다. 

 

이게 옳은 방향인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들 연구소는 문화재연구소지, 고고문화재연구소가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저들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는 문화재 전반이지, 결코 발굴이라는 매장문화재 관련만 아니라는 사실이다. 

 

명패는 문화재연구소, 그리고 실제 그 설립 목적이 문화재 연구조사 전반이라 해 놓고는 모조리 하는 일이라고는 발굴밖에 모른다. 

 

나무화석. 인류 출현 이전이다. 니들이 화석을 아니 고고학도들아?

 

이는 지방연구소만이 아니라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체에 대해서도 심각한 업무 불균형을 이룬다. 곧 국립문화재연구소라면 발굴만 하는 기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결정적인 고리가 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지들더러 하라고 국민이 명령한 업무는 문화재지, 고고학 발굴이 아니다. 그럼에도 발굴만이 문화재행정이라는 그릇한 인식을 심어준다. 

 

내가 항용 하는 말이지만 문화재는 그 행정 혹은 실무가 실로 광범위해서 고고학 발굴과 관련한 것은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저 연구소가 대표하는 실무기관이 문화재=고고학 발굴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놓으니, 틈만 나면 고고학 발굴에 종사하는 자들이 지들이 문화재를 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그런 업무에 종사하는 자여야만 문화재 전문가입네 하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서슴지 않기에 이른다. 지들이 발굴전문가일지는 몰라도, 지들이 결코 문화재전문가일 수는 없다. 

 

천연기념물 삽살개. 니들이 삽살개를 아니 고고학도들아?

 

어디 시건방지게 땅 좀 팠다 해서 그걸로 문화재 전문가라고 거덜먹거린단 말인가?

 

고고학 발굴 중심 문화재연구소 병폐는 다른 무엇보다 그 역대 소장을 보면 더욱 분명하다. 지금의 지병목에 이르기까지 역대 문화재연구소장은 기술직 행정공무원(실제는 건축학 전공) 딱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고고학 아니면 고건축학 전공자였으니, 고건축학이라 해도 이들은 실제는 고건축 발굴자 출신이었다. 

 

그 뿐인가? 근자 개방직 공모로 풀어놓으니, 외부 지원자라 해서 응모한 자들을 보면, 일선 대학 고고학 교수들이 지원했다. 거푸 세 번 이들 고고학 교수가 1~2등 안에 들었다가 막판에 낙마했는데, 왜 고고학 교수가 문화재연구소장 자리를 얼씬 거리는가?

 

무형문화재 매사냥. 니들이 매사냥을 아니 고고학도들아?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국립문화재연구소를 국립고고학연구소로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만만하게 본 것이다. 문화재 전반임에도 문화재라면 오로지 고고학밖에 없는 줄 착각하는 데서 이런 만만함이 빚어진 것이다. 

 

다시금 말하거니와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 전문 연구소이지, 고고학 전문 연구소가 아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지방연구소 기능을 혁파해야 한다. 땅만 파는 게 능사처럼 통용하는 저 시스템을 혁파하지 않고서는 문화재는 요원하다. 왜 꼭 땅만 팔줄 아는 놈이어야 하는가? 문화재가 그것 뿐이라던가? 왜 지방연구소에서는 근대문화재, 무형문화재, 천연기념물, 명승은 손대지 않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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