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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불대산에 있을 때 절구 한편을 완성한 적이 있었으나 진즉 잊었는데 느닷없이 기억이 나기에 빙그레 웃으며 적는다[去歲在佛臺山 嘗得一絶 既已忘之 率然記憶 一笑以識]〉
기대승(奇大升, 1527~1572)
홀로 산봉우리에서 넓은 하늘 바라보니, 孤倚巉峯望海天,
미인은 대부분 저녁 구름 곁에 있었구나. 美人庶在暮雲邊。
편지 보내 평안한단 소식 알려 주셨거늘, 書來為報平安信,
깨알 같은 몇 줄 글에 구슬픔 적혔어라. 細字踈行記可憐。
출전 : 《고봉집(高峯集)》 권1
해제 : 이 시는 그간 주목을 받지 못하였는데, 자세히 음미하면 퇴계와 서신으로 사칠논쟁을 벌이면서 느끼는 고봉의 감정을 담은 시다. 1, 2행은 진원현 불대산 가파른 산봉우리에 올라 해 저무는 하늘의 붉고 곱게 물든 구름을 보며 저물녘 경치가 더욱 아름답듯 덕망이 빼어난 사람도 대부분 인생을 마무리하는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3, 4행은 아마도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의 편지를 받고서 연로한 퇴계를 생각하며 구슬픈 마음을 금치 못한다는 뜻을 담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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