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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긴 그림자도 남기지 못한 채 떠난 불영사 by 신정일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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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히도 더운 2023년 8월 6일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천축산(天竺山)에 있는 불영사를 찾았다.

천축산 불영사라고 쓰여 진 불영사 일주문을 지나 잡시 길을 내려가자 불영게고에 드리운 다리가 나타나고, 한참동안 나무숲이 우거진 길을 휘적휘적 올라가자 보이는 불영사, 여기저기 배롱나무꽃이 만개했고, 연지 너머 산 위에 서 있는 부처님, 그래, 이곳이 불영사로구나.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인 불영사는 신라 진덕여왕 5년인 651년에 의상(義湘)스님이 창건하였다.

경주에서 동해안을 따라 단하동(丹霞洞)에 들어가서 해운봉(海運峰)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자 서역의 천축산과 비슷한 산이 있었고, 맑은 냇물 위에서 다섯 부처님 영상이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기이하게 여긴 의상 스님이 내려가서 살펴보자 독을 품고 있는 룡(毒龍)이 살고있는 큰 폭포가 있었다.




의상스님이 독룡에게 불법(佛法)을 설하며 그곳에다 절을 지으려 하였다. 그러나 독룡이 말을 듣지 않았으므로 신비로운 주문을 외워 독룡을 쫓은 뒤 용지(龍池)를 메워 절을 짓고서 천축산 불영사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 뒤 문무왕 16년인 676년에 의상스님이 불영사를 향해서 가다가 선사촌(仙槎村)에 이르렀다.

그때 한 노인이 의상스님을 보고 "우리 부처님이 돌아오셨구나." 하면서 기뻐하였고,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절을 ‘부처님이 다시 돌아오신 곳이라 하여 불귀사(佛歸寺)’라고 불렀다.




이 절에서 의상스님은 9년을 살았으며, 원효스님도 이곳에 와서 의상과 함께 수행하였다 한다.

블영사는 그 뒤에 여러 차례의 중수를 거쳤으며, 조선 태조 5년인 1396년에 큰불이 나서 나한전(羅漢殿)만 남기고 모두 소실되었다가 그 다음해에 소설(小雪)이 중건하였다.

임진왜란 때 영산전만이 남고 모두 전소된 불영사를 광해군 때에 다시 중건하였다. 숙종 27년인 1701년에는 진성(眞性)이 중수하였고, 1721년에는 천옥(天玉)이 중건하였다.




불영사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은 1981년 보물로 지정된 불영사 응진전과 극락전· 대웅보전· 명부전(冥府殿)· 그리고 불영사삼층석탑을 등이 있다.

오랜 시간 어정거리고 불전에 기대거나 앉아서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겼으면 좋으련만 항상 정해진 시간이 문제다.

서둘러 돌아보고 바쁘게 돌아 나온 그 불영사, 언제쯤 천천히 걷다가 내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는 것을 보면서 천천히 노닐다 돌아오는 날이 찾아올까?

2023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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