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 작품을 내가 많이 본 것은 아니나, 유독 저 공간만큼은 내가 볼 적마다 그런대로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저것만큼은 보존했으면 했다. 아마도 이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하지만 왜 하필 그 방법이 문화재리꼬? 그에 대해서는 일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이 문제가 대두하기는 저 건물이 매물로 나오기 때문이었다. 매물로 나오니깐 위험하다. 원형 훼손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재건축 가능성도 있다 이런 논리가 아니었는가 싶은데, 그래서 그것이 기댈 바가 문화재여야 한다는 데는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시 묻는다. 하필 문화재리꼬?
이런 물음에는 그것의 부당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 이면에는 문화재를 방탄막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것이 공개 경매에 넘어가건 말건, 엄밀히 말해 그것이 이 때문에 반드시 원형 훼손이 이뤄진다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다. 다시 말해, 소유주 변동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보존론자들이 마침내 문화재를 들고 나왔다. 그 운동을 펴는 인물 중에는 문화재청장으로 3년6개월인가 장기집권한 유홍준이 있다. 이런 그가 공간을 지키고자, 그리고 이는 문화재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한데 등록문화재가 저를 지키는 방패가 되는가? 웃기는 소리다.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 등록문화재가 별건인 줄 아는가? 때려 부수어도 아무 상관없다. 법을 모르는 자들이 등록문화재를 운운할 뿐이다. 소유주가 바뀌건 말건 상관없다. 제 아무리 국보라 해도, 보물이라 해도 매매는 자유롭고, 실제 그러해야 한다.
그럼에도 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문화재를 들고 나왔는가? 나는 그것이 저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좋게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이 경우 아무런 힘도 없는 문화재를 들고 나와 마치 그것이 방패막인양 떠드는 행위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문화재는 방패막이가 아니요 모두가 누려야 할 공유물이요 공산품이다.
(2013. 11. 19)
***
이에 대해서는 아래 내가 쓴 기사를 참조바란다. 관련 대목은 고딕으로 쳐놓는다.
김수근 공간사옥, 등록문화재 만든다(종합2보)
문화재청, 다음달 문화재위에 검토 부쳐
'김수근 공간 사옥' 살리기에 나선 문화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건축가 김수근 작품인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 사옥이 문화재로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구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장은 19일 "공간 사옥을 구성하는 여러 건물 중에서도 1971-1977년 김수근 설계인 옛사옥(224.56㎡)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면서 "장세양 설계인 신사옥(95.49㎡.1997)과 이상림 작품인 신식 한옥(36.2㎡.2002)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이들 3개 동을 합친 공간 사옥 대지면적은 1천18.8㎡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 제34조(등록문화재의 등록기준 등)에 의하면 '등록문화재의 등록기준은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 이상이 지난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50년 이상이 지나지 아니한 것이라도 긴급한 보호 조치가 필요한 것은 등록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문화재청은 김수근 공간 사옥이 지은 지 42년밖에 되지 않지만 바로 이 조항을 적용해 등록문화재로 등록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은 오는 25-29일 현지 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10일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는 등록문화재 등록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문화재위 최종 심의는 내년 초로 넘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문화재로 등록된다고 해서 이것이 해당 문화재가 파괴나 인위적인 훼손에서 방어벽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문화재보호법 제56조(등록문화재의 현상변경)에 의하면 등록문화재 외관을 변경하려는 사람은 변경하려는 날로부터 30일 전까지 관할 특별자치도지사,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
실제 경기 시흥시 소래염전의 소금창고는 문화재 등록 심의를 불과 사흘 앞둔 2007년 6월4일 소유주에 의해 완전히 철거되는 비운을 맞았다. 2005년 9월에는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서울 중구 을지로 2가 옛 대한증권거래소가, 그리고 같은 해 12월에는 역시 문화재 등록이 예고된 서울 충무로 스카라극장이 각각 건물 소유주에 의해 철거됐다.
나아가 현재 공개 매각인 공간 사옥이 새 주인을 찾으면 문화재 등록을 위해서는 소유자 동의도 필요하다.
앞서 김원 광장건축 대표와 박찬욱 영화감독,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 110여 명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공공건축박물관으로 조성하고 문화재보호법상 등록문화재로 등록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끝)
***
50년 지나야 자격을 주는 등록문화재 역시 앞서 보듯 등록대상에 예외를 둔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현재까지 유일한 예외가 이 공간 건축이 아닌가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에서 비롯한다. 혹 내 기억에 착란이 있을 수는 있다.
아무튼 이런 예외주의 적용은 자칫 떼거리주의로 발전할 소지를 준다. 공간이 그렇지 아니하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 운동을 주도한 저들이 현 문재인정부에서도 이른바 문화계 권력으로 군림한다는 사실은 조금은 시사적이다. 오늘 현재 광화문거리 때려부수고 이상하게 조작하는 재설계 계획에도 저들이 깊이 관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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