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가 토해낸 유물 중에 독특함을 자랑하는 것 중 하나가 비단벌레 장식품이다. 오색영롱한 날개 죽지를 마구와 같은 데다가 장식으로 쓴 것들이 더러 출토한 것이다. 이를 일본에서는 옥충玉蟲이라 표기하면서 ‘타마무시タマムシ’라 읽는다. 일본에서는 법륭사 소장품이던 옥충주자玉蟲廚子가 너무나 저명하다.
그렇다면 왜 비단벌레인가?
이를 아무도 묻지도 않았다. 모르겠다, 물은 사람이 있는데 내가 모르고 있는지를.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니깐 비단벌레를 장식한 유물만 알았지, 왜 하필 비단벌레인 줄을 물을 생각조차 없었다. 묻지를 않으니 답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모든 의문은 why에서 출발한다고 나는 믿는다.
지금은 비단벌레라고 하면 하나의 상식이 통용한다. 비단벌레에 다름 아닌 미약媚藥 성분이 있어 주로 여성들이 남자들의 성적인 환심을 사고자 그것을 착용물로 애용하기도 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이 어떻게 밝혀지게 되었는가?
국립민속박물관 소식지로 《민속소식》이 있다. 2003년 9월에 발간된 통권 97호에 나는 특별기고 형태로 ‘불사不死의 염원 옥충玉蟲’을 실었다. (원문에는 오타가 나서 ‘염원’이 ‘영원’이 되었다) 그에서 나는 비단벌레를 좀 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했으며, 그것을 이 글로 정리한 것이다.
당시 내가 이 글을 투고하게 된 사연이 좀 있다. 그때 비단벌레가 잠깐 문화재 업계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에 따라 내가 이 문제에 지독히도 천착하고 관련 기사도 여러 번 썼으니, 그것을 눈여겨 본 민속박물관에서 나에게 그와 관련되는 글 하나 투고를 요청한 것이다.
비단벌레를 접근하려면 우선 그에 대한 정확한 명칭을 알아야 했다. 이를 과거에도 비단벌레라 불렀을 리는 만무하니, 그것을 지칭하는 한자어를 알아야 했다. 개중 하나가 바로 玉蟲이었다. 한데 문제가 있었다. 이 玉蟲은 일본식 한자어였다. 일본에서 倭人들이 만들어 낸 말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에 해당하는 한자어가 무엇일까? 고민고민하다 내가 그때 생각한 것이 모로하시가 일생을 투자해 만들어낸 한자 자전인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이었다. 이에는 玉蟲이 분명히 실려 있을 것으로 봤다. 혹여 그에서 무슨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리하여 이 사전을 뒤졌다. 그때만 해도 나는 이 사전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연합뉴스 자료실에 이 사전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사전에 玉蟲을 소개하면서 길정吉丁 혹은 길정충吉丁蟲이라 하면서 “모양이 아름다워 玉蟲이라 부른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사전은 이칭으로서 길정충吉丁蟲과 금화충金花蟲을 들었다. 아무래도 이것들이 본래 중국에서 일컫는 표기인 듯했다.
이런 곤충은 말할 것도 없이 약학서를 봐야 풍부한 지식을 얻는다. 그리하여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시진李時珍(1518∼1593)의 본초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본초강목에는 ‘길정충吉丁蟲’이 보였다. 그러면서 이를 부연하기를 “갑각류 곤충인데 등에는 짙은 녹색을 띠고 있고 날개가 껍데기 아래에 있으며 영남의 빈주賓州 징주澄州 등지의 여러 주州에서 나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잡아다가 허리띠에 둘러차고 있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게 만든다. 미약媚藥이다”고 적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가 조사를 통해 이와 거의 흡사한 내용이 중국 광동 지방 지리지인 《광동통지廣東通志》에서도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곳에서는 길정충이 “사람들에게 교태를 일으키게 한다”고 덧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걸로 모든 것이 끝났다.
첫째, 왜 비단벌레가 장식물로 쓰였는지를 해명했다. 그 자체 뛰어난 장식성도 있거니와, 그에는 미약 성분이 있다 해서 그것을 애용한 것이다.
둘째, 그 서식학적인 특징도 간취했다. 서식지는 남방이었다.
그것을 해명하는 길을 감히 내가 열었다고 자부해 본다.
http://www.nfm.go.kr/_Upload/BALGANBOOK/342/00.pdf
(2017.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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