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말여초의 호족들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정치가 개판이 되니 각지의 도둑, 아니 군웅들이 들고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생각하기 쉬운데
이 문제가 간단하지는 않아서
나말여초의 호족은 이름이 남아 있는 그 호족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 호족을 따라다니는 이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헤이안시대 말에는 전국 각지에서 무사단이 조직되는데
이것이 우리 나말여초의 호족들과 비슷한 점이 무척 많다.
헤이안시대 말의 무사단이 결국 일본사에서는 무가정권으로 이어지는데,
우리의 경우 고려의 건국을 거쳐 결국 무신정권으로 이어졌다고 필자는 본다.
헤이안시대 말의 무사단. 사실 별거 아니다.
일본에는 소위 말하는 율령체제 정권이 붕괴하기 시작하면서,
땅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자신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기 위해
소위 말하는 지역의 권력자들에게 투탁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바로 무사단이다.
쉽게 말해 내 땅뺏기지 않기 위해 서열관계를 형성하고 몰려다니던 이들이 일본의 무사단이라는 뜻이다.
한국사에서 나말여초의 정세를 보면 각지의 호족이라는 것이 바로 이러한 무사단에 준하는 지역 무력 집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호족은 단순히 도둑놈, 아니 반란세력의 주모자가 아니라
그 아래에는 소토지 소유자들이 자신의 토지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그 아래에 모여든,
그런 정치경제적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고려전기의 전시과체제에는 조선시대에는 없는 군인전이 있다.
이 군인전이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필자가 보기에 이 군인전은 나말여초 호족들에게 몰려들었던 소토지 소유자들을 달래기 위해 토지제도 안에 설치된 의제적 제도라고 본다.
고려왕조가 출범하면서 호족들을 쫒아 다니던 소토지 소유자들은 그야말로 닭쫒던 개꼴이 되었는데,
이들이 원하는 토지에 대한 권리를 인정시켜주기 위해 나온 제도가 군인전이라고 보는 것이다.
군인전의 소유자들이 무신정변을 일으키는 근본적 동력이 되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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