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 여러 섬을 돌파하고 아테네 주변과 그 남부를 훑고서 서서히 북상해 지금은 그 북쪽 베르가이라는 데를 정박 중이어니와
이 과정에서 적어도 그리스 내부 지리 풍토를 조금을 보는 안목이 생겼으니
에게해 여러 섬은 위선 메마른 사막지대를 방불하고, 그리하여 숲이라 할 만한 데를 찾기가 매우 드문 반면
그리스 남부에서는 더러 그런 면모가 나타나니,
예컨대 내가 가 본 데로는 스파르타나 올림피아 정도에는 무성한 숲이 보인다.
그렇다고 온 산하가 우리한테 지금 익숙한 그 밀림과 같지는 아니해서 있는 데는 있고 없는 데는 없는 딱 그 정도 수준이다.
그런 까닭에 에게해 여러 섬과 그리스 본토 남부에는 강이라 부를 만한 데를 실은 나는 보지 못했다.
올림피아에서 물이 흐르는 강을 하나 그 유적 인근에서 보기는 했는데 이건 뭐 가재도 살기 힘든 실개천 수준이다.
강?
강다운 강이 있기라도 한가?
한데 이곳 마케도니아로 진입하면서 사정이 좀 달라져셔, 우리가 강이라 부르는 그것과 익숙한 강을 만난다.
숲 또한 대단히 발달한 형국이라, 이것이 북쪽으로 더 치고 올라가면 사정이 달라지리라 본다.
그렇다고 이곳 마케도니아 강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강인가? 하면 이것도 딱 청계천이나 중랑천 수준이다.
더 북쪽 불가리아로 치고 가면 그 유명한 다뉴브강을 만난다.
베르가이에는 댐 하나가 있는데, 달라진 풍물을 말해준다 하겠다.
이곳에 오니 우리가 말하는 가을 분위기가 비로소 좀 난다.
그렇다고 식생대가 왕청나게 달라서 우리가 말하는 단풍나무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니 가을 단풍이라 해서 백양산 내장산 단풍을 기대하기는 곤란하지만, 그래도 그 근처 비스무리하게 간 풍경은 있다.
이곳 베르가이는 마케도니아 왕국 시절에는 아이가이라 부르던 곳으로, 이곳 역시 살피니 평원지대다.
흔히 그리스 도시국가를 들먹하며, 무슨 동네 꼬꼬마들 소꿉장난처럼 이야기하지만,
막상 그 무대에 서서 바라보는 그 중심무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서 거대한(그렇다고 미시시피평원에 비기며, 김제평야에 비기겠는가) 평원이 발달한 그런 데 자리 잡았음을 본다.
방귀께나 끼었다는 도시국가는 모조리 이렇다.
이곳 평원은 우리네 충적평야지대와는 또 왕청 나게 달라서 집중호우와 그에 따른 수몰 홍수 위험이 거의 없지 않나 하는 상상도 해 본다.
이곳은 거의 화산지형 현무암 지대가 아닌가 싶은데, 우리와 같은 집중호우가 역사를 통괄하면 왜 없겠느냐마는 상시하는 그런 위험성에는 상대로 노출이 적은 듯하다.
어제부터 내가 다니는 그리스 북부는 계속 비다.
이 비가 이 시즌만 이런 특징을 보이는지는 알 수 없지만, 희한해서 가랑비라하고 하지만 이슬비에 가깝다.
묘하다. 안개를 뿜는 듯한 그런 기분이다.
강우량 측정이 불가능한 그런 비다.
작년 로마 11월은 온통 비였는데, 거기 비는 이렇지 않아서 폭우에 가까운 때가 많았지만
어제오늘 마케도니아 비는 분무기가 만들어내는 연무 수준 비다.
이 시즌이 왜 관광비수기인가 하는 일단하는 의문은 혹 이에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비수기는 한적해서 좋지마는 열어야 하는 음식점 비롯 가게들이 문을 닫는 데가 많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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