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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느닷없이 나른 땅끝마을 쥬라식 파크 (7) 바닷물로 걸어들어간 공룡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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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기별한 공룡박물관 직원분과 해설사 한 분 안내를 받아 박물관 경내와 상족암 일대를 돌아봤다.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이곳에 도착한 때가 오후 3세쯤이라, 이르기를 “지금은 물때가 가장 높을 때라 공룡발자국 화석은 바닷물에 거의 다 잠겨 보지 못할 것”이라는 허망한 비보였다.

 

상족암



이곳에 간다 하니, 근자 이곳을 다녀왔다는 지인, 상족암이 코끼리 다리라고 사기를 쳤던 그 지인이 단디 이르기를 “꼭 백묵을 가져가라. 발자국 화석이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으니 백묵으로 칠해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블라블라했으니, 그렇다고 백묵을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지만 백묵이건 페인트칠이건 할 일은 없었다.

마주한 발자국이라고는 물밑 끝자락에 겨우 걸린 행렬 한 줄에다가 진짜로 상다리 모양으로 생기고 구멍이 뻥 뚫린 동굴 같은 바닥에 깔린 다른 행렬 하나, 그리고 주상절리 맨꼭대기 천장에 거꾸로 쳐박힌 새발자국인지 하는 흔적 서너 내가 전부였다. 

 

상족암에서 


저 새발자국은 백악기 새가 박쥐처럼 저리 매달렸을 리는 만무할 테고, 듣자니 아래쪽이 떨어져 나가는 통해 그에 눌러붙은 것이 천장처럼 변해서 저리 남았다 한다.

물속으로 이어지는 공룡발자국 행렬은 공룡이 어느 방향을 향한 흔적인지 내가 판단할 수는 없지만, 바다를 향해 공룡이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주었으니, 치정에 얽힌 살룡殺龍 사건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받거나, 혹은 실연에 절망한 어떤 공룡 한 마리가 극단적 선택을 위해 바닷물로 뛰어든 흔적이 아닌가 하는 상념까지도 자아내는 걸 보니, 내가 변태인지도 모르겠다. 

 

상족암


그러면서 수시로 그 짠 바닷물, 내가 40년 전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처음으로 확인했고, 25년 전 열사의 나라 쿠웨이트 바다에서도 확인한 그 짠 바닷물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발자국 화석을 수몰해 버리는 이 장면을 목도하면서 허 참! 반구대 암각화는 이에 견주어서는 새 발의 피에도 미치지 않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망외의 소득도 있었다.

뭐 암석 재질이 다르다느니 하는 말로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 짠물에 하루에도 두 번? 그 짠 소금물에 자맥질하는 이 공룡화석 발자국에 기껏해야 1년에 서너 달 담수에다가 목은 내놓은 채 반신욕 하듯 잠깐 몸을 담그는 반구대 암각화가 명함을 내민단 말인가? 번데기 앞에서 잡는 주름에 지나지 않는다.

 

공룡발자국



반구대 암각화가 물의 공격에도 끄떡없을 것임을 반론하는 훌륭한 증언자이자 교육자료로 남해안 해변가 주상절리 공룡발자국화석들은 대서특필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전하는 말을 들으니, 그런 우려를 표명하는 관람객이 없지는 않다고 한다. 그때마다 그들한테 하는 말이 “설혹 지금 드러난 발자국화석이 바닷물에 씻겨 없어진대도 다른 층위에 남은 다른 발자국화석들이 드러나니 수억 년은 끄떡없이 발자국 화석을 살아남을 것”이라고 반론한다고 한다.

 

상족암


 
하긴 뭐 그렇다 해서, 곧 바닷물에 발자국 화석이 씻겨나가 종국에는 없어진다 해서, 그렇다고 저걸 보존하겠다고 바다에다가 옹벽을 치겠는가 어쩌겠는가? 그런 돈 있으면 낙후한 공룡박물관 리모델링에 쏟아 붓는 편이 백배 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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