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재현장

느닷없이 나른 땅끝마을 쥬라식 파크 (6) 세비야로 날아간 과거여행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9. 19.
반응형

시침을 11년 전으로 돌린 2009년. 그해 한국시간 6월 27일, 나는 스페인 세비야에 있었다. 그곳에서 자못 나는 비장한 어조로 ‘조선왕릉(Royal Tombs of the Joseon Dynasty)’이 등재됨으로써 한국에 9번째 세계유산이 탄생했다는 소식을 고국으로 타전했다. 

 

조선왕릉 등재가 확정하자 환호하는 한국 대표단. 이건무 당시 문화재청장과 김홍동 당시 국제교류과장, 그 뒤로 채수희 현 문화재청 인사과장이 보인다. 

 

그곳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제33차 회의가 이리 결정하자, 익히 예고된 결정이기는 해도 그래도 현장을 지킨 한국대표단은 환호했다. 하지만 이 현장에는 이 모습을 못내 씁쓸하게 지켜본 다른 한국대표단이 있었다. 그 이유는 조선왕릉 등재 확정을 전한 당시 내 기사 말미에 엿보인다.   
 
반면 자연유산 분야로 함께 등재 신청을 한 ‘한국의 백악기 공룡 해안(Korean Cretaceous Dinosaur Coast)’은 그 실사를 담당한 WHC 자문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등재불가’ 판정을 내려 한국은 이날 세계유산 등재 심사 직전 신청을 공식 철회했다. 세계유산은 원칙적으로 ‘재심’이 불가능한 까닭에 추후 재신청을 위한 길을 열어 놓고자 등재 신청을 자진 철회한 것이다. 

 


이 현장을 지킨 이로 내 기억에 남은 사람은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였다. 당시 ‘한국백악기공룡해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소장인 그는 대회 기간 내내 표정이 시무룩하기 짝이 없어 말을 걸기조차 민망할 정도였다.

 

 

유네스코 현지실사에 앞선 국내 사전 점검. 2008년 2월이다. 하지만 탈락했다. 

 

물론 저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룡발자국 화석은 등재 불가가 대회전에 이미 판가름 난 상황이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 그런가? 등재불가 예정이랑 등재불가 확정은 그것을 삼켜야 하는 사람들한테는 씁쓸하기만 한 일이고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후 재추진 과정은 어찌 되었을까? 알려진 대로 흐지부지하고 말아 이 움직임은 언제 다시 동력을 받을는지 장담도 하기 힘든 형국이다. 세비야의 분루에서 꼭 1년이 흐른 2010년 7월 5일, 나는 아래와 같은 기사를 썼다.  

 

고성 공룡발자국화석



<공룡발자국 화석 세계유산 물건너가나>
IUCN, 스페인 공룡발자국 화석지 ‘등재불가’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정부가 한 차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려다 다음 기회를 노리며 신청 자체를 자진 철회한 ‘남해안 지역 백악기 공룡 해안’의 세계유산 등재에 ‘적신호’가 켜졌다.

 

오는 25일 개막해 다음달 3일까지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리는 올해 제3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토의 안건 보고서에 ‘남해안 백악기 공룡 해안’과 유사한 성격인 다른 지역에 대해 ‘등재불가(Not Recommended for Inscription)’ 의견이 나온 것.

 

한국이 신청한 공룡발자국을 현지실사한 IUCN 패트릭 맥키버 Patrick McKeever. 세계유산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서를 제출하기에 이른다. 

 

5일 현재 유네스코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공개 중인 이번 세계유산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유네스코 자문기구로 세계자연유산 실사를 담당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공동 신청한 이베리아 반도 공룡 발자국 화석지에 대해 ‘등재불가’ 의견을 냈다. 

 

이러한 IUCN 의견은 권고에 지나지 않지만, 세계유산위원회가 이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내린 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 공룡 발자국 화석지가 세계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베리아반도 공룡발자국 화석지는 이전에 이미 한 차례 등재를 시도했다는 점과 화석 성격 또한 (우리와) 비슷해 그 결과를 우리로서도 주시하고 있었는데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한국은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작년 스페인 세비야 제3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전남과 경남 일대 백악기 공룡발자국 화석지를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려 했지만 IUCN이 등재불가 판정을 하는 바람에 회의 개막 직전에 등재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세비야의 허민 교수


유네스코는 같은 유산에 대한 두 번 이상의 등재신청을 불허한다. 


하지만, 이베리아반도의 공룡발자국 화석에 대한 등재불가 판정을 반드시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백악기공룡해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소장인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IUCN에서 여전히 공룡발자국 화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과 스페인·포르투갈이 공동으로 공룡화석 발자국에 대한 공동 등재신청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taeshik@yna.co.kr 

(끝)

 

기사 말미에 허민 교수가 말한 비슷한 유산을 보유한 국가들과의 공동등재 방안은 결국 아직까지 실행되지 못한 채 사장하고 말았다. 

 

세비야 세계유산위

 

꼭 세계유산이어야만 하는가? 나는 그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세계유산을 향한 이상 열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 세계유산 등재는 결국 해당 유산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어니와, 그러면서도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측면이 있으니, 세계유산이 되어야 그 보존활용을 위한 예산배정이 훨씬 많이 이뤄지는 것만도 부인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건 그렇고 내가 굳이 세비야 건을 꺼낸 까닭은 공룡발자국 화석 전반, 혹은 범위를 더욱 좁혀 상족암을 포함하는 고성 지역 발자국 화석 유산들과 그리 썩 무관치는 않다는 항변 혹은 발악 정도로 받아들여주었으면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