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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느닷없이 나른 땅끝마을 쥬라식 파크 (5) 주눅한 백악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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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도 알을 깨고 나와 처음 본 사람을 엄마로 안다 하거니와, 나한테 각인한 다도해는 목포 유달산에서 내려다 본 그것이 언제나 뇌리에 똬리를 튼 상태다. 

 

한반도 내륙 한복판 경북 김천 출신인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통해 난생 처음으로 바다라는 데를 구경했으니, 남원과 광주를 통과해 목포에 이르러 바다를 봤다. 


공룡박물관 가는 길목

 

 

이 수학여생 얘기 나온 김에 여담이나 바닷물이 짜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었지만, 그 수학여행 막바지 코스인 해운대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야 겨우 진짜로 바닷물이 짠지 아닌지를 직접 손가락에 찍어 맛보고선 확인했다. 1995년인가는 쿠웨이트로 공무로 출장 간 일이 있는데, 그곳 바닷물도 손가락으로 찍어 진짜로 짠물인지 시험하기도 했더랬다. 

 

유달산 앞바다가 어떠했는지는 뚜렷한 기억이 없다. 다만 다도해다! 라는 인상이 깊이 각인했다는 말은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그때 그 기억을 되살리고자 근자 부러 유달산을 올라 목포항을 내려다보기는 했다만, 도무지 40년 전 흐릿한 기억과 매치하는 구석은 없었다. 그때는 참말로 황홀했다는 아련한 기억이 있는데, 다시 오른 지금은 그런 것과는 하등 거리가 멀었다.


공룡박물관서 본 바다

 

 

그래서 제 발로 떠나거나 내가 의지로써 떠나보낸 옛 애인은 다시 찾는 법이 아닌가 보다. 술김 빌려 찾았다가 실망하거나 낭패 보기 십상인 까닭이다. 잘 살면 배가 아프고, 못 살면 가슴이 아픈 법이니깐. 

 

고갯길 내리 달려 도달한 해변가 꼬부랑길을 가다 보니 ‘백악기공룡테마파크’ 입구를 왼편으로 끼고 지나 마침내 고성공룡박물관이 떡 하니 나타난다. 테마파크는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설이라 생각했음인지 문을 열어 놓은 상태 같았지만, 박물관은 역시나 문을 꽁꽁 걸어잠근 상태였다.


공룡테마파크

 

 

중생대 백악기 공룡이라 해서 코로나바이러스 앞에서는 맥을 못 추긴 마찬가지였다. 저 큰 덩치들이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은 바이러스에 단 한 방에 저리 나가 떨어지다니.

 

그건 그렇고 왜 테마파크에는 굳이 ‘백악기’라는 수식어를 붙였을까? 뭔지 모르게 좀 있어 보인다 해서 굳이 저 말을 넣어 저리 긴 이름을 만들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공룡박물관

 

 

하긴 뭐 나 같은 지질학 문외한한테도 중생대니, 백악기니, 쥐라기니 하면 괜히 주눅이 드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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