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두어번 기회를 빌려 소개한 보령 남포읍성 관아터 마당에 일렬로 선 역대 남포현감藍浦顯監 선정비善政碑 혹은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다.
선정비란 해당 현감이 좋은 정치를 베풀어서 그것을 기념해 세운 기념물이라는 뜻이요, 영세불망비란 영원토록 그 은혜 잊지 않겠다는 뜻을 담았다는 뜻이다. 송덕비 공덕비라는 말이 일반에는 더 친숙하다 하겠다.
개중 두 점이다.
화면 바라보는 사람 기준으로 오른편이 현감 신후 봉규 선정비 顯監申侯鳳圭善政碑요, 왼편이 현감 성후 달영 영세불망비 縣監成侯達榮永世不忘碑다.
신봉규申鳳圭 선정비는 비문을 보니 정유년丁酉年 5월에 세웠다 하고, 성달영成達榮 영세불망비는 도광道光 6년 7월에 세웠단다. 도광 6년은 조선 순조 26년이라, 1826년이다.
가운데 것은 현감 백공 동규 선정비 縣監白公東奎善政碑인데, 이 역시 작은 글씨로 왼편 아래로 건립 시점을 적었지만 육안으로는 판독이 쉽지 않다.
이렇게 나란히 섰다.
저들 중 내가 무심히 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검색하다가 성달영成達榮 행적이 실록에 걸리는 장면을 목도했으니,
순조실록 28권, 도광道光 6년[순조 26년 06월 25일 첫번째 기사에 그가 다음과 같이 등장한다.
충청우도 암행어사 김정희金正喜가 서계書啓를 올려, 서산군수瑞山郡守 한용검韓用儉, 예산현감禮山縣監 이명하李溟夏, 한산군수韓山郡守 홍희석洪羲錫, 노성현감魯城縣監 이시재李時在, 태안 전 군수 허성許晟, 보령保寧 전 현감 송재순宋在淳, 비인현감庇仁縣監 김우명金遇明, 청양현감靑陽縣監 홍일연洪逸淵, 진잠현감鎭岑縣監 황도黃導, 결성結城 전 현감 조석준曹錫駿, 남포藍浦 전 현감 성달영成達榮과 전 수사 윤상중尹相重 등의 다스리지 못한 정상을 논하니, 모두 경중輕重을 나누어 감죄勘罪하고, 별단別單의 군軍·전田·적糴의 대한 삼정三政과 증미拯米를 백징白徵하는 것과 안면도安眠島의 송정松政과 안흥 굴포安興掘浦의 어염세魚鹽稅·선세船稅 등의 폐단을 묘당廟堂으로 하여금 좋은 점을 따라 채택 시행하게 하였다. (강조를 위한 고딕은 인용자)
이 암행어사 김정희가 추사를 말하거니와, 암튼 그의 어사활동 과정에서 남포현을 다스릴 적에 성달영이 문제를 일으켜서 탄핵되었음을 안다. 전후문맥으로 미루어 세금을 과중하게 거둔 일인데, 간단히 말해 가렴주구 혹은 독직 스캔들이 걸려서 탄핵된 것이다. 전 현감이라 기술하니 저 날자에 이미 현감 자리에 물러났음을 안다.
이 시점에서 단 하나 분명한 점이 있다. 성달영은 가렴주구를 일삼았다. 그래서 짤렸다. 짤린 시점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도광 6년, 순조 26년 6월 무렵임을 안다.
그럼에도 그가 현감으로 재직한 남포현에는영세불망비가 들어섰다. 것도 짤린 그 다음달 말이다.
이는 영세불망 선정비가 단순히 데코레이션 공로패였음을 알려준다.
하긴 조병갑도 선정비가 섰으니 말해서 무엇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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