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책은 오직 두 부류가 있을 뿐이다. 김태식이 읽은 책과 김태식이 읽지 아니한 책이다.
전자는 다시 두 가지로 세분하는데 첫째 김태식이 인정한 책, 둘째 김태식이 인정하지 아니한 책 이것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세상 모든 책은 오직 이 네 가지가 있을 뿐이다.
김태식이 읽은 책으로 김태식이 인정한 책은 가뭄에 나는 콩 같아 희귀하기만 하다.
그에서 저 단단한 책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첫째 내가 읽은 책이요 둘째 내가 인정한 책이다. 그래서 저 책은 가뭄 끝에 솟아난 콩싹 같기만 하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구석기라 해서 그 구닥다리 나는 주제로 이토록 쉽게 이야기를 풀어간 시도는 단군 이래 없었다. 세계 무대로 옮겨가면 어떨지 모르나, 적어도 국내에서는 이토록 쉽게 구석기를 다가간 책이 없다.
김상태를 통해 우리는 무척이나 구석기가 일상에 있었고 있으며, 있을 것임을 알았다. 길게는 700만년 전, 아무리 늦잡아도 만년은 더 거슬러 올라야 조우하는 구석기 피가 21세기 지금 여기 면면이 흐른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태를 매개로 해서 알았다.
그러면서도 구석기를 이토록 전문적으로 풀어낸 책은 없었다.
나는 매양 가장 학술적인 글이 가장 대중적인 글임을 주창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나 자신이 몹시도 불만이었으니, 주둥이로는 그리 떠벌려도 막상 내가 쓰는 글, 내가 쓴 논문, 내가 낸 책이 과연 그러한가를 자문하면 번번이 쪽팔림이 앞서곤 하는 까닭이다.
단단한 책은 그에 대한 배신이며, 그것이 가능함을 온몸으로 저항해 이룩한 위대한 금자탑이다. 내 세대에, 그리고 나랑 갑장이면서도 무척이나 말수가 적어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가끔은 헷갈리게 하는 그 상태가 이런 책을 내다니 내가 괄목하고는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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