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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동중서가 말하는 혁명의 정당성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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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 초기 공양학자 동중서(董仲舒)의 춘추의리학 논술인 《춘추번로(春秋繁露)》 "요 임금과 순 임금은 생각없이 선양하지 아니했으며 탕 임금과 무왕은 함부로 왕을 시해한 것이 아니다[堯舜不擅移、湯武不專殺]"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박근혜 하야 및 구속 촉구 촛불혁명

 

임금이란 명령을 틀어쥔 이라, 일단 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시행되어야 하며, 하지 말란 말이 떨어지면 멈춰야 한다. 걸과 주가 천하에 명을 내렸는데도 시행되지 않고, 천하에 하지 말라 했는데도 그치지 않는다면 이를 어찌 천하를 신하로 부린다 하겠는가? 천하를 신하로 부리지지 못하는데 탕 임금과 무왕이 이들을 시해했다는 말이 어찌 있을 수 있는가?

 

君也者,掌令者也,令行而禁止也。今桀紂令天下而不行,禁天下而不止,安在其能臣天下也?果不能臣天下,何謂湯武弒?

 

이 역성혁명론은 그 전시대 맹자가 말한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제齊 선왕宣王이 맹자한데 물었다. "(제후인) 탕湯이 (천자인) 걸桀을 몰아내고, (역시 제후인) 무왕武王이 쳐들어가서 (천자인) 주紂를 처단했다는데 그런 일이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전해오는 말에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 "신하가 그 임금을 시해하는 일이 가한 일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하며, 이런 잔적殘賊한 사람을 단지 한 놈이라고 할 뿐입니다. 그 한 놈 주를 주벌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齊宣王問曰:「湯放桀,武王入伐紂,有諸?」孟子對曰:「於傳有之。」曰:「臣弒其君,可乎?」曰:「賊仁者,謂之賊;賊義者,謂之殘,殘賊之人,謂之一夫。聞誅一夫紂,未聞弒君也。」 (《孟子》 梁惠王章句下)

 

차이보다는 이들 유자가 참으로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겠다는 생각은 많이 해 본다. 임금과 부모를 하나로 보면서, 부모한테 효도하듯이 임금한테는 忠을 다해야 한다고 설파함으로써 시종 일관 忠과 孝를 일체화하고자 유자들로서는 신하로서 임금을 시해하는 일을 어떻게든 설명을 해야 하는 압력에 처했지만, 실로 묘하게도 자식으로 어버이를 죽이는 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았다.  

 

요새 3.1운동을 삼일혁명으로 부르자 이낙연 총리가 제창하는 바람에 부쩍 혁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하나씩 용례를 검토하는 중이다. revolution 레볼루션, 그에 대한 번역어로서의 혁명은 차후 과제로 미룬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 하나는 적어도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언제나 혁명은 왕조 교체이며(그렇다 해서 모든 왕조 교체를 혁명이라 하지는 않는다), 언제나 성공을 전제한다는 점이다. 또 언제나 혁명은 그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그런 까닭에 권력이 바뀌지 않은 '미완의 혁명'이란 말은 존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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