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9)
상화가사(相和歌辭)
[唐] 장호(張祜, 785?~849?) / 김영문 選譯評
큰 제방에
꽃 피고 달 뜬 밤
장강엔
봄 물결 출렁출렁
동풍이
소식 전해오길
봄밤에 특별히
놀러 오라네
大堤花月夜, 長江春水流. 東風正上信, 春夜特來遊.
꽃 피고 달 뜬 봄밤 환상적인 분위기를 묘사한 시로는 초당(初唐) 장약허(張若虛)의 「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가 첫손에 꼽힌다. 모두 36구로 이루어진 이 장편 칠언고시는 무한한 대자연 속에서 유한한 인간이 느끼는 감상을 노래한 절창이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아련함, 그리움, 애달픔, 외로움을 봄[春], 강(江), 꽃[花], 달[月], 밤[夜]과 함께 무르녹여 나그네로 왔다가 나그네로 사라지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슬픔을 그려냈다.
“봄 강에 밀물 들어 바다에 이어 평평한데 / 바다 위 밝은 달이 밀물 따라 둥실 떴네 / 찰랑 찰랑 고운 물결 천리만리 퍼져 가니 / 어느 곳 봄 강인들 밝은 달 아니 뜨리[春江潮水連海平, 海上明月共潮生. 艶艶水波千萬里, 何處春江無月明.]”
장호의 이 시는 「춘강화월야」의 압축편이라 할 만하다. 향기로운 꽃이 만발한 봄밤 강변 풍경이 「춘강화월야」 분위기와 똑 같다. 그곳은 교교한 달빛 아래 봄꽃이 꽃비 되어 휘날리는 섬진강 가이기도 하고, 여의도 강변이기도 하고, 금호강 제방이기도 하다. 그곳은 우리 삶의 아름다운 약속이 존재했고, 존재하고, 존재할 봄꽃 공원이다. 그 약속은 이루어지기도 하고 이루어지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가야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답고 눈이 부신가/ 일시에 큰소리로 환하게 웃고/ 두 손 털고 일어서는 삶이 좋아라/ 끈적이며 모질도록 애착을 갖고/ 지저분한 추억들을 남기려는가/ 하늘 아래 봄볕 속에 꿈을 남기고/ 바람 따라 떠나가는 삶이 좋아라”(유응교, 「벚꽃의 꿈」) 꽃잎을 실은 저 강물은 온 달밤을 지새며 향기롭게 흘러간다.(201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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