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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장미, 지나는 봄이 남긴 자취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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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0)


늦봄[晚春] 네 수 중 첫째


[宋] 장뢰(張耒, 1054~1114) / 김영문 選譯評 


버들 속에 까마귀 숨고

죽순은 줄기 되고


새벽바람이 비를 날려

가볍게 추워졌네


한 마당 맑은 그늘이

봄을 거둬 가면서도


싱싱한 장미꽃을

몇 송이 피워뒀네 


楊柳藏鴉筍作竿, 曉風吹雨作輕寒. 淸陰一片收春去, 留得薔薇數點殷. 


버들솜


남부 지방 평지에는 자두꽃까지 거의 다 지고 배꽃이 피었다. 중부 지방에는 이제야 벚꽃 잔치가 벌어지는 모양이다. 일찍 져버린 봄꽃을 찾아 상행 열차를 타고 싶은 생각도 든다. 


봄이 무르익음은 꽃이 피고 지는 모습 뿐 아니라 버드나무 모습에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제 중춘을 지나 버들잎이 무성해지면 꾀꼬리나 까마귀 모습은 녹음 속으로 사라진다. 이를 ‘버드나무가 꾀꼬리를 감추다(楊柳藏鶯)’ 또는 ‘버드나무가 까마귀를 감추다(楊柳藏鴉)’라고 형용한다. 초봄 연두색 새싹으로는 버드나무 가지에 앉은 새 모습을 감추지 못하지만 버들잎이 우거지면 새 모습은 보이지 않고 지저귀는 소리만 들린다. 


죽순도 마찬가지다. 초봄에 뾰족하게 땅위로 솟은 죽순은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처럼 봄비를 맞고 여기저기 돋아나 빠른 속도로 대나무 줄기로 자란다. 이 역시 짧은 봄이 떠나가는 모습이다. 무성하게 자란 대나무와 버드나무는 맑은 그늘을 드리우며 뜨거운 여름을 맞을 준비에 바쁘다.


“봄을 잡으려 해도 봄은 머물지 않고, 봄이 가버리자 사람만 적막하네. 바람 싫어도 바람은 멈추지 않고, 바람 일자 꽃잎 쓸쓸히 흩어지네(留春春不住, 春歸人寂寞. 厭風風不定, 風起花蕭索.)”(백거이, 「낙화落花」 중에서) 


무상하지만 이것이 사계절의 오고감이다. 집을 둘러싼 울타리에는 벌써 빨간 장미가 통통한 꽃송이를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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