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에서 조선시대 족보와 호적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쓴 바,
이 시대 족보와 호적이 개판 오분전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건
워낙에 19세기 삼정 문란에 엉망이라는 이야기를 교과서에서 반복적 주입을 한 데다,
족보도 날조에 사기로 가득찬 믿을 수 없는 문건이라는 선입견 때문인데,
사실 이 시대 호적과 족보는 거짓이 많은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 거짓이 방만함과 게으름의 산물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족보와 호적은 정보를 수단收單하면, 그냥 싣거나 임의로 맘대로 고치거나 빼거나 한 것이 아니고,
반드시 이전 식년式年의 자료나 족보라면 이전 족보와 대조를 해서 그때와 비교하여 달라진 점을 확실 편찬자가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족보와 호적에 엉터리가 들어가더라도 방만함과 안일함의 결과가 아니라,
매우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설계된,
오션스 일레븐 같은 전문적 사기꾼들이 치밀하게 준비해 작업한 결과라는 말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족보건 호적이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족보의 경우라면 우리 생각에 그냥 돈만 주면 후손 끊어진 데다가 몰래 들어오는 이의 계보를 이어 버렸을 것 같지만
그럴까 봐 족보에는 후손이 끊긴 쪽에는 후손이 없다고 알뜰하게 다 마킹을 해 놓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들어오는 이들에게는 꼼꼼하게 멘트를 달아 놓지 이전에는 보이지도 않던 사람을 슬쩍 꽂아 놓고는
모르는 체하는 경우는 제대로 된 족보라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는가 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족보나 호적에 대한 선입견-.
조선시대 행정은 으례 개판오분전으로 엉망으로 작성되고 유지되었을 것이라는 생각-.
이런 선입견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필자는 호적 족보 외에도 요즘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조선시대 검안 서류도 같이 보고 있는데
검안서류도 행정문서로서 상당히 우수하게 작성되어
구한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하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요는-.
호적이건 족보건 검안 서류건 간에 조선 후기의 서류들은
설사 그 안에 거짓이 발견되더라도 이는 나태와 부실의 결과가 아니라,
적극적인 사기행각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개판 오분전이라 서류안에 거짓이 들어가게 된 것이 아니라,
나름 꽤 작동하던 시스템에 거짓을 심어 넣으려니
여기에는 오션스 일레븐 같은 전문 사기단이
족보와 호적을 변개하기 위해 끊임없이 작당하고 활동하고 있었으리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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