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46)
말복末伏
[송] 유반劉攽 / 김영문 選譯評
대화성이 점점 더
서쪽하늘로 다가가면
가을 기운 새롭게
하늘 문에서 내려오네
해마다 장안은
여전히 무더워서
근신들은 서로 이어
얼음 받아 돌아오네
火流漸近桑榆上, 秋氣新從閶闔來. 每歲長安猶暑熱, 內官相屬賜冰回.
말복은 입추가 지난 후 첫 번째 경일庚日이다.
앞선 초복은 하지 후 세 번째 경일, 중복은 네 번째 경일이다.
경일庚日이란 옛날에 육십갑자를 날짜에 배당할 때 첫째 글자가 경庚에 해당하는 날이다.
올해(2018) 입추는 음력 6월 26일 신미일辛未日이므로 그 다음 첫 번째 경일은 음력 7월 6일 경진일庚辰日이다. 바로 오늘이다.
왜 경일을 복날로 정했을까?
경庚은 음양오행으로 금金에 해당한다.
금金은 사계절 중에서 가을을 상징한다.
금(金), 즉 가을 기운이 하늘에서 내려오다 아직 뜨거운 화(火)의 기운에 막혀 힘을 쓰지 못하고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복(伏)이라고 한다.
가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겼음을 안다.
궁궐에서도 이 무렵 신하들에게 석빙고에 저장한 얼음을 나눠주는 '반빙(頒氷)' 행사를 했다.
요즘 식으로 하면 ‘아이스크림 특별 선물 행사’라 할 만하다.
말복은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마지막 기념일이다.
옛 사람들은 천문을 보고도 가을 시작을 감지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가 바로 대화성(大火星)이 서쪽으로 치우쳐 뜨는 현상이다.
그것을 유화(流火) 또는 화류(火流)라 했다.
여기서 대화성은 우리가 흔히 아는 태양의 행성 중 하나인 화성(Mars)이 아니라 전갈자리 목에 해당하는 붉은 별 안타레스(Antares)다.
복날 개를 잡아 보신탕을 해먹는 행사는 거의 사라졌지만 여전히 삼계탕 집은 성황을 이룬다.
요즘은 복날 굳이 개나 닭을 먹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의 영양 상태가 나쁘지 않다.
그러므로 차라리 시원한 냉면이나 생맥주로 더위를 식혀도 좋으리라.
꼭 ‘이열치열以熱治熱’ 대열에 동참하여 진땀을 흘려야 할 까닭이 무엇이랴?
'漢詩 & 漢文&漢文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비[夜雨] by [당] 백거이, 파초 이파리 때리는 밤비 (0) | 2018.08.25 |
---|---|
칠석, 하늘이 허락한 딱 하루 (0) | 2018.08.23 |
낚싯대 드리우며 (0) | 2018.08.16 |
이백이 두보에게 (0) | 2018.08.16 |
늦여름 더위 (0) | 2018.08.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