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서울캠퍼스
한시, 계절의 노래(147)
칠석(七夕)
당唐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안개 하늘 초승달이
넓은 하늘에 담백하고
은하수 가을 기약
만고 세월에 늘 같다네
기쁨의 정 이별의 한
몇 번이나 거쳤던가
해 마다 이 밤에
서로 함께 만난다네
煙霄微月澹長空, 銀漢秋期萬古同. 幾許歡情與離恨, 年年並在此宵中.
창 너머에서 까마귀 소리가 들린다. 까치 소리도 들린다. ‘몸이 아파 은하수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을까?’ 매년 오늘 은하수에서는 견우와 직녀 연례 상봉 행사가 열린다. 세상 모든 까마귀와 까치는 은하수로 날아가 온몸 던져 다리를 놓는다. 이른바 오작교(烏鵲橋)다. 우주 만물을 관장한다는 하느님은 대체 뭐하는 분이기에 은하수에 다리 하나 놓지 못해 매년 까마귀와 까치에게 부역을 시키시는가? 1년에 한 번 만남을 허락하고 바로 다리를 허물려면 까막까치 다리보다 더 좋은 게 없다는 의미일까? 『시경·소아』 「대동(大東)」에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이름이 등장하므로 지금부터 최소한 2700여 년 전에 이미 지금과 비슷한 견우·직녀 스토리가 퍼진 셈이다. 견우가 소를 끄는 남자, 직녀가 베를 짜는 여자라는 뜻으로 해석되므로 인류가 농경에 종사하면서 생겨난 전설임이 분명하다. 혹은 더욱 원초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서로 그리워하는 존재라는 의미가 투영된 이야기일까? 중국에서는 서양의 발렌타인데이(Valentine's day)를 기념하지 말고 이 칠월칠석을 사랑의 날(愛情節)로 삼자는 움직임도 있다. 오늘 같이 애틋한 날은 부디 모든 연인과 부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가을맞이 잔치를 벌이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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