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서악동에서
한시, 계절의 노래(149)***
고향 생각(鄕思)
송 이구(李覯) / 김영문 選譯評
사람들은 해지는 곳이
하늘 끝이라 하지만
하늘 끝까지 다 바라봐도
고향 집 안 보이네
푸른 산에 가로 막혀
한스럽기 그지없는데
푸른 산은 또 다시
저녁 구름에 가려졌네
人言落日是天涯, 望極天涯不見家. 已恨碧山相阻隔, 碧山還被暮雲遮.
고향은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곳이다.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이 녹아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온갖 미움의 기억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백 년 이어내린 선조들의 분묘가 있는 곳이며 지금도 일가붙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한편으로 살갑고 정다운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겹고 숨막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명절이면 찾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고향의 골목, 산자락, 물가에 서면 잊고 있던 추억들이 푸릇푸릇 되살아난다. 온갖 명당 전설이 깃든 산등성이의 선조님들 덕분에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살아가는 것인가? 하지만 그것은 인습의 무거운 짐이기도 하다. 이제 낫질하고 예초기 돌리는 자손은 우리 대에서 끝날 성 싶다. 어릴 적 낫질과 지게질에 익숙한 세대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 세대는 낫질과 지게질 대신 컴퓨터와 휴대폰이 일상이다. 또 겨우 한 두 명의 아이들이 수많은 선조의 분묘를 돌보는 건 불가능하다. 각 집안마다 온갖 납골묘에다 공동 분묘를 설치하지만 그게 과연 얼마나 가겠는가? 조선 500년의 풍습이 이처럼 끝나고 있다. 언제나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고 또 그렇게 흘러온다. 안타까워하지 말자. 고향은 늘 구름에 가려진 푸른 산 너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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