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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매병梅甁을 준樽으로 바꾼 꿀단지, 민속조사에서 푸는 꿀단지

by taeshik.kim 201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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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마도2호선 발굴성과 공개


2010년 8월 4일 오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해역에 대한 그해 해저발굴성과를 공개했다. 고려시대 침몰선박으로, 마도 해역에서 두 번째로 건져올렸다 해서 '마도2호선'이라고 명명한 고선박 조사결과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조사 결과, 꿀단지로 쓴 상감청자매병象嵌靑磁梅甁을 비롯한 각종 도자기와 곡물, 목ㆍ죽제품이 인양됐다. 그에는 화물 품목과 수량, 그리고 그것을 받을 사람을 적은 적은 목간 30여 점이 있어 특히 가치를 발했다.  



이에서 특히 끈 도자기가 있었으니, 저 매병 두 점이었다. 이 매병梅甁은 죽찰竹札이라 해서, 대나무를 쪼개서 만든 글자를 묵서한 물꼬리표가 매달린 채 발견됐다. 매병 2점 주둥이 가까운 지점에서 발견된 이 대나무 화물표는 글자 판독 결과 앞면에는 중방도장교오문부重房都將校吳文富라고 적혔고, 뒷면에는 택상정밀성준봉宅上精密盛樽封이라고 적혔다. 

앞면과 뒷면은 연결된 문장이니 이를 풀면 "중방 소속 도장교인 오문부 댁에 올리는 꿀단지[精蜜盛樽]" 정도다. 어디에서 공수한 것인지는 확실치 아니하나, 이 매병을 적재한 배가 당시 고려 서울 개경으로 향하다가 난파했음은 분명하다. 중방重房은 익히 알려졌듯이 고려 무인정권 시대 국가 중대사를 논의 결정하던 무인들의 최고 의결기관이며, 도장교는 정8품 이하 하급무관을 의미한다. 精蜜盛樽이 논란일 수 있는데, 정밀精蜜을 좋은 꿀로 본다면, 그런 꿀을 준[樽]에다가 가득 채워[盛]웠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 논란은 차치하고, 이런 묵서를 통해 첫째, 이 용기에는 꿀을 담았으며, 둘째, 그런 꿀을 개경에다가 올려보냈으며, 셋째, 그것을 담은 용기 종류를 樽(준)이라 불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자기 명칭이다. 따라서 이 셋째 이야기가 말하는 심각성을 논하고자 한다. 


마도2호선 인양 매병 2점을 설명하는 도자사학자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나는 언제나 한국고고학을 비판하기를 첫째, 도토기에 너무나 경도되어 있고, 둘째, 그 용어 자체도 국적이 없어 일본 것들을 그대로 수입해서 갖다 쓰는 바람에 명실名實이 전연 상부相符하지 않음을 집중적으로 지적한다. 특히 이 용어 문제는 심각해서 그것이 빚어내는 명실의 불일치 문제는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이라 썩은 냄새가 진동해 초동급부도 고개를 돌리고 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도 기존 도자사학계와 고고학계에는 흔히 매병梅甁이라 부르는 것이라, 나는 대체 이 용어가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맥락에서 명명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를 영어로는 흔히 prunus vase라 옮기거니와, 영어 명칭도 그렇고 한자 명칭도 그런데, 주로 매화를 꽂는데 쓴다 해서 이리 등장한 것으로 본다. 뭐 이유는 없지는 않을 것이로대, 회화에서 주로 매화를 꽂아 실내는 장식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까닭일 터다. 

한데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조심해야 할 대목이 있었다. 매화? 그거 잠깐 꽂고 만다. 년중 따져서 늦겨울 이른봄에만 잠깐 등장하고 말거니와, 그러면 매화가 피지 않는 시절에는 저걸 어디다 썼단 말인가? 얼토당토 않은 명명임을 본다. 설혹 매병이라는 옛 문헌에서 보인다 해서, 그것이 그런 그릇을 가르치는 고유명사가 아님은 분명할 것이로대, 간단하다. 매화를 꽂은 병이라는 뜻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저렇게 생겨먹은 그릇을 樽이라고 불렀음은 명명백백하다. 무엇보다 각종 증언이 그렇다. 그런 명명백백한 증거를 마도2호선은 명징하게 다시금 증명했다. 

한국고고학 혹은 도자사학에는 호壺·옹甕·병甁 이 세 가지밖에 없다. 왜? 이 세 가지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보고 듣고 배운 것이라는 이 세 가지 밖에 없으니, 항아리처럼 생긴 것만 나오면 덮어놓고 壺라는 딱지를 붙여버리고, 그런 호가 좀 덩치가 장독처럼 크면 甕이라는 명찰을 달고, 그것이 또 길쭉하니 쭈쭈빵빵하면 甁이라 구분할 뿐이다. 樽? 없다. 봐라, 한국 도자고고학계가 기술한 그릇 분류에서 樽을 보기라도 했는가? 고작 종묘 제기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이 글자가 출현할 뿐이다. 

저들 '청자매병'은 뱃머리 오른쪽에서 아래위로 겹쳐진 채 발견됐다. 그 중 한 점은 최고급 상감청자로 밝혀졌다. '위아래로 포개진 채'...나는 이 기술도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저기에 꿀을 담았다는 말인가? 

바로 이에서 민속조사 필요성을 대두하는데, 다음 장면 보자. 



용도? 꿀단지다. 

이건 꿀이 담기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꿀단지에 담긴 상태에서 모습은 어떠한가?



이렇게 한다. 한지로 커버로 덮은 다음, 그 주둥이를 꽉 쪼맸다. 

해양연구소는 저들 꿀단지 '매병'이 출토된 양상과 관련해 '위아래로 포개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현대 어느 전통 종가 혹은 민가에서 발견되는 꿀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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