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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문화재로서의 설악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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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국립공원으로 아는 대부분은 실은 문화재이기도 하다. 정확한 통계치는 없는데 국립공원 구역 전체 40% 정도를 문화재가 침탈한 상황이다.국립공원과 같은 환경자원은 문화재보호법상 명승 혹은 천연기념물 지정 대상이다.

 

명승名勝..이게 참으로 묘해서 2000년 이전까지는 전국에 걸쳐 명승으로 지정된 문화재는 5군데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유홍준이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한 시절에 자연유산 바람을 타고서 대대적인 영역 확장을 꾀해 지금은 백 곳을 넘었다. 이에 의해 북한산 역시 중요한 부분은 문화재보호법상 명승이기도 하다. 명승만이 아니라 국립공원 내 사찰 같은 곳은 대부분 문화재보호구역이다.

 

설악산 역시 상당 구역이 국립공원이면서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이며 명승이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설악산은 전체가 천연기념물 171호(설악산천연보호구역)이며, 그 안에 다시 명승이 지정된 상태다.

 

그 구체적 내역을 보면 명승 제95호(비룡폭포 계곡 일원), 명승 제96호(토왕성 폭포), 명승 제97호(대승폭포), 명승 제98호(십이선녀탕 일원), 명승 제99호(수렴동, 구곡담 계곡 일원), 명승 제100호(울산바위), 명승 제101호(비선대와 천불동 계곡 일원), 명승 제102호(용아장성), 명승 제103호(공룡능선), 명승 제104호(내설악 만경대)가 그것들이다.

 

이곳에 케이블카를 개설한다 했을 때 내가 분명히 경고한 적이 있다. 환경부를 통과해도 결국엔 문화재위원회에서 걸릴 것이라고. 이것이 최대 걸림돌이 된다고 경고했으며, 실제로 그리되었다.

 

 

 

 

이 걸림돌을 가능케 한 외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으니, 이를 밀어붙였다고 간주되는 박근혜가 개털이 되어 탄핵되자 문화재위와 문화재청에 압력을 가할 주체가 중력을 상실해 버렸다. 저런 케이블카...문화재를 모르는 사람들은 환경부 통과가 전부인 줄 알았겠지만, 정신 제대로 박힌 문화재위라면 절대로 통과시켜 주지 아니한다.

 

나는 여러 번 말했듯이 주요 명산에 케이블카를 놓자는 사람이다. 그 이유를 다시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 아니하거니와, 그것과 관련 없이 저 계획 자체를 문화재위와 사전 조율도 없이 밀어붙인 것은 분명한 패착이었다. 문화재위가 그런 곳이다. 그런 까닭에 문화재위는 항용 욕 되바가지로 먹지만, 그것은 어쩌면 문화재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기에 그 순기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문화재로서의 설악산. 
이것이 큰 사회 문제로 대두하기는 두번째다. 첫번째가 1996년 무렵 세계유산 등재 때이니, 다른 근간의 이유가 많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현지 주민들이 개떼처럼 일어나 반대를 한 까닭에 결국은 세계유산 등재가 무산되고 말았다.

 

시대가 이리 될 줄 몰랐겠지. 지금은 세계유산 못 만들어 환장한 시대인데, 그때 세계유산 만들었더라면 설악산은 지금과 또 사뭇 풍광이 달라, 다른 모든 것 다 때려치고 결국 이번에 케이블카를 놓자는 주의가 표방하는 진정한 이유, 곧 돈벌이와 이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는 따논 당상이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반대 주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세계유산 등재 움직임에는 속초가 벌떼처럼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양양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다. 
설악산 구역 상당수를 속초가 차지하는 까닭에 그랬던 것이며, 이번 케이블카 찬성론자가 양양에 득시글거리는 이유는 그에 따른 수혜 지역이 양양이기 때문이다.

 

 

 

문화재다. 
국립공원도 문화재라는 사실, 이걸 잊어서는 안 된다. 독도 역시 대한민국 문화재다. 겨울철이면 민통선으로 날아드는 몽골고원 독수리도 문화재다. 운석 역시 괜찮은 것이 떨어지는 날이면 그것 역시 문화재다. 문화재는 육상 수중 공중 어디에나, 심지어 우주에도 존재한다.

 

그래서 신임 문화재청장을 첫날 수행하는 문화재청 담당자는 항상 신임 청장을 모셔오면서 하늘을 나는 새를 가리키며 "새도 문화재입니다"라는 교육부터 먼저한다는 말이 있다.(이 글은 작년 오늘 페이스북 포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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