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14년 3월 3일자 기사다. 이런 지적이 있었다 해서 즉각 바뀌리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하다 못해 법률 자체의 모순도 바뀌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문화재 이야기> 한반도 공룡, 없어서 못찾을까?
3점 화석 발굴.."수풀 많고 전문가 적어 찾기 어려울뿐"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한국공룡연구센터에는 학명이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Koreanosaurus boseongensis)인 공룡뼈 1점이 전시 중이다. 2004년 천연기념물 418호인 전남 보성군 비봉리 공룡알 화석산지에서 전남대 허민 교수팀이 발굴했다. 머리가 없는 이 조각류 초식 공룡은 몸길이 1.5m에 비록 머리뼈는 없지만 목뼈에 갈비뼈와 앞다리뼈가 연결된 상태로 발견됐다.
이 공룡뼈는 여러모로 한국 고척추동물 발굴 역사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우선 이는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공룡뼈 화석 3점 중의 하나로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 나아가 한국에서 발견된 공룡 중에서는 2010년에 국제학계에서 학명을 부여받은 최초의 공룡이기도 하다. 학명에 들어간 '코리아'라든가 '보성'은 그것이 발견된 지점을 의미한다.
이 초식 공룡 말고도 경기 화성 공룡알 화석산지에서 발견되고 나중에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Koreaceratops hwaseongensis)라는 학명을 얻은 뿔공룡 화석이 화성공룡알화석산지 관람객센터에 소장 중이며, 대전에 소재하는 문화재청 산하 천연기념물센터가 소장한 용각류 공룡 다리뼈 1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토된 공룡뼈라는 진기록을 보유 중이다. 이 중에서 화성 공룡뼈는 조금 아쉽게도 꼬리와 뒷다리 일부만 남은 부분 골격이다. 그것의 학명에 들어간 '코리아'니 '화성'이 발견 지점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천연기념물센터 소장 용각류 공룡뼈는 1970년대에 당시 서울대 대학원생이던 김학묵 전 부산대 교수가 경북 의성군 금성면 청로리에서 처음 발견했다가 1977년 4월 경북대 장기홍 교수팀이 지질 조사 중에 재발견한 사연이 있다.
공룡은 아니지만 익룡뼈도 더러 발견된다. 경남 하동에서는 한국 최초로 익룡 날개뼈가 발견됐다. 그런가 하면 경북 고령에서는 익룡 이빨이 발견됐다. 공룡이 산 중생대 백악기에 익룡이 남긴 흔적이 발견된다는 점은 중요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 임종덕 학예연구관은 "이들 공룡이나 익룡 말고도 우리나라 중생대 지층에서는 악어, 거북, 어류 화석이 지속적으로 발견되며, 신생대 지층에서는 고래와 설치류 화석이 발견돼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반도에서 공룡 화석이 남아있지 않다고 할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에서 공룡뼈는 드물기는 하지만 그들이 남긴 발자국 화석과 알 화석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는 점은 향후 우리도 '공룡 화석 대국'이 될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공룡 화석 발자국을 보면 경남 고성·진주·남해·창녕·함안·사천·마산·통영과 부산·울산·대구, 경북 의성·청송·군위·칠곡, 전남 해남·여수·화순, 전북 군산, 충북 영동 등지에서 보고됐으며, 공룡알은 전남 보성, 경기 화성, 경남 고성과 부산광역시 등지에서 발견됐다.
공룡이 남긴 흔적은 한반도 곳곳에 발견됨에도 상대적으로 그 뼈가 한반도에서 발견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임종덕 박사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미국이나 캐나다, 그리고 고비사막과 같이 도시나 산악지대가 아닌 완전히 펼쳐진 공간을 볼 수 있는 지형이 많이 노출되어야 화석을 찾을 확률이 높지만 한반도는 도시를 벗어나면 수풀이 우거져 땅이 보이지 않고 온통 나무로 뒤덮여 있는 공간이 많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은 뒤집어 보면 도로공사나 땅파기 공사를 하게 되면 오히려 화석을 볼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중생대 지층인 경남 지역 공사에는 입회조사를 하게 되면 무수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나오게 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둘째, 한반도 중생대 지층 대부분이 화산 폭발 등으로 열 변성을 많이 받게 됨으로써 지층 안에 있는 뼈들이 다 녹거나 타 버렸기 때문에 온전한 공룡뼈가 그대로 보존될 확률은 그만큼 낮아진다는 점을 꼽는다. 요컨대 지층 환경이 여타 공룡뼈 빈출 지역에 비해 보존 조건이 안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로 임 박사는 공룡뼈 화석 연구자가 너무 적은 현실을 든다. 국내 고척추동물 연구자는 미국 캔자스대학 출신인 임 박사와 미국 남부감리대학 출신인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 그리고 미국에 체류 중인 신지연 박사 정도가 꼽힌다. 이 중에서 이융남 관장과 임 박사는 몽골고원이나 미국 와이오밍 등지에서 실제 공룡 발굴을 벌이기도 했다. 관련 전공자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어딘가에서는 발견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공룡뼈 화석 발굴을 더디게 만드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공룡뼈를 찾는 사람 숫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뼈도 발견될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 박사는 "공룡뼈 발견이 드문 것은 공룡뼈가 실제 없어서가 아니라 화석을 찾는 사람이 너무 적기 때문"이라면서 "공룡뼈 화석을 찾기 위해선 고도의 숙련된 연구와 발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이런 전문연구자가 너무 적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공룡을 비롯한 화석을 현행 문화재보호법과 관련 법률이 '매장문화재'로 분류하는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제2조(정의)에서는 문화재를 ▲ 유형문화재 ▲ 유형문화재 ▲ 기념물 ▲ 민속문화재의 네 가지로 분류하면서 "지형, 지질, 광물, 동굴, 생물학적 생성물 또는 특별한 자연현상으로서 역사적·경관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것"을 기념물 중 하나로 세분한다. 화석에 바로 이 기념물에 속하는 셈이다.
한데 매장문화재보호및조사에관한법률을 보면 제2조(정의)에서 '매장문화재'를 세 가지로 규정하면서 그 중 하나로 "지표·지중·수중(바다·호수·하천을 포함한다) 등에 생성·퇴적되어 있는 천연동굴·화석,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질학적인 가치가 큰 것"을 규정한다. 이를 보면 공룡뼈를 포함한 화석은 매장문화재로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글자 그대로는 땅속에 묻힌 문화재인 매장문화재에 대한 조사는 등록된 기관만이 할 수 있다. 한데 이런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 대부분은 구석기시대 문화층까지만 확인하고 조사를 끝낸다. 그 밑의 땅은 '생토층'이라 해서 인류가 남긴 문화의 흔적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곳이라 해서 발굴을 하지 않는다.
반면 공룡뼈 같은 화석은 대체로 생토층 밑에서 발견된다. 인류가 남긴 문화의 흔적을 찾는 데 주력하는 현행 고고학 발굴 시스템과 그 인력 구성으로는 이들이 공룡뼈를 찾아낼 확률은 제로에 가까운 것이다. 화석을 매장문화재로 분류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이 화석은 발굴하지 않는 모순이 벌어지는 셈이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문제점이 제기됨으로써 진주교육대학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같은 기관이 화석 전문 발굴조사기관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룡뼈를 포함한 화석류가 여타 매장문화재 못지않은 중요한 유산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인 데다, 관련 현행법에서도 모순된 점이 있어 이를 해결하는 쪽으로 법과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관련 학계의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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