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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물 맑으니 난 갓끈이나 씻으련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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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문 스님에게 주다〔贈道文師〕


마가목


정철(鄭澈, 1536~1593) / 기호철 譯評


작고 아담히 새로 지은 죽록정은     小築新營竹綠亭

송강 물 맑으니 내 갓끈 씻으리라    松江水潔濯吾纓

세상 찾는 발길 모두 뿌리치고는     世間車馬都揮絶     

강산 청풍명월 그대와 품평하리      山月江風與爾評 

 

제목 ‘도문사(道文師)’는 스님인 도문(道文)이란 뜻이다. 동시대에 백광훈(白光勳, 1537~1582)이 쓴 〈도문 상인을 전송하다[送道文上人]〉는 시가 《옥봉집(玉峯集)》 상(上)에 실려 있는데, 같은 사람인 듯하다.  다만, 도문에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인 정보는 찾을 수 없다. 


죽록정은 송강정 원래 이름으로 전남 담양군 고서면 원강리에 있다. 훗날 후손들이 중건하면서 송강정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둘째 행 ‘송강 물 맑으니 내 갓끈 씻으리라’란 말은 세속 초탈해 고결한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뜻이다. 《맹자》 〈이루 상(離婁上)〉에 나오는 춘추시대 노래에 “창랑 물이 맑으면 내 갓끈 씻고, 창랑 물이 흐리면 내 발이나 씻으리〔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라고 했거니와, 공자(孔子)가 듣고는 이르기를 “얘들아, 들어 보아라.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니, 스스로 초래하는 것이다”고 했다. 굴원(屈原)도 〈어부사(漁父辭)〉에서 이 노래를 그대로 끌어다가 세상의 용납을 받지 못하는 것이 모두 자초(自招)한 일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셋째 행 '거마(車馬)'는 글자 그대로는 수레나 말, 혹은 그것을 탄 지체 높은 사람을 뜻하는데 세상에서 나를 찾아오는 발길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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