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209)
절강성 항주 서호 뇌봉탑
풍교에 밤배를 대다(楓橋夜泊)
[唐] 장계(張繼) / 김영문 選譯評
달지자 까마귀 울고
서리는 하늘 가득
강가 단풍 어선 등불
시름속에 졸고있네
고소성밖
한산사의
한밤중 종소리가
객선으로 들려오네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鍾聲到客船.
절강성 항주 서호
우리는 불균형의 균형을 이야기할 때 흔히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을 예로 든다. 균형이 데칼코마니 같은 똑 같은 모양, 똑 같은 질량, 똑 같은 무게를 양쪽 천칭(天秤)에 얹어놓은 것일 뿐이라면 우주와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하지만 천지자연은 그렇지 않다. 음과 양, 여와 남, 달과 해, 봄과 가을, 동청룡과 우백호, 종묘와 사직단 그리고 석가탑과 다보탑 등 모양, 질량, 무게가 다른 사물이 짝을 이루어 삼라만상을 조화의 세계로 이끈다. 이 시도 그렇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한 불균형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기구(起句)와 승구(承句) 열네 자에는 너무나 선명하고 조밀한 이미지가 가득 담겨 있다. 달, 까마귀, 서리, 하늘, 강, 단풍, 고깃배, 등불, 시름, 잠 등 하나하나 거론하기도 숨이 찰 지경이다. 그런데 전구(轉句)와 결구(結句)는 어떤가? 고소성, 한산사, 한밤중, 종소리, 객선 등이 배경으로 작용하지만 기실 두 구절을 가득 채우는 것은 한밤중에 울리는 절집의 종소리 하나뿐이다. 이미지의 중량으로만 따지면 기구와 승구가 너무 무거워서 금방 앞으로 엎어질 듯하다. 하지만 이 시를 읽고 나면 한밤중에 울리는 한산사의 종소리만 귓전을 맴돈다. 절묘한 균형이다. 옛날에는 이 시를 우리말로 옮길 때마다 전구 즉 “姑蘇城外寒山寺”의 우리 말 운율이 다른 세 구절과 심한 불균형을 이루는 탓에 늘 고심하곤 했다. 그러나 그것이 불균형의 균형임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불균형의 균형을 억지로 균형의 균형으로 짜맞추려 하다니... 이 시를 둘러싼 수많은 시 이야기(詩話)는 이 작은 글에 다 담을 수 없다. 아쉽지만 우선 여기에서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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