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04)
영남 잡록 30수(嶺南雜錄三十首) 중 열두 번째
명 왕광양(汪廣洋) / 김영문 選譯評
그 누가 고래 타고
무지개를 끊는가
파도 날아 곧추 서고
하늘에는 독한 구름
자바 크메르 배들도
항구 구석에 거둬들임은
내일 아침 태풍이
몰아칠 걸 알기 때문
誰跨鯨鯢斬斷虹, 海波飛立瘴雲空. 闍婆眞蠟船收澳, 知是來朝起颶風.
제7호 태풍 쁘라삐룬(Prapiroon)이 북상 중이다. 쁘라삐룬은 태국어로 비를 관장하는 신의 이름이라고 한다. 태풍은 북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저기압 타이푼(typhoon)을 가리킨다. 타이푼이란 말은 대체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폭풍의 아버지 티폰(Typhon)에서 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이 아랍으로 전해져 투판(tufan)이 되었고, 다시 인도로 유입되어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저기압(cyclone)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이 어휘가 16세기 이후 영어로 전입되어 touffon 또는 tufan으로 표기되었는데, 중국 광둥어(廣東語)에서 태풍을 가리키는 toifong(臺風 또는 颱風)과 결합하여 타이푼(typhoon)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중국 청나라 초기까지는 태풍을 구풍(颶風)이라고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풍이(風異)라 부르기도 했다. 구풍은 지금도 중국에서 바람의 등급 중 가장 센 12급 바람을 가리킨다. 우리나라 말로는 싹쓸바람이라고 한다. ‘산더미 같은 파도가 일고 바다 전체가 흰 물거품으로 뒤덮인다.' 중국에서도 ‘거센 파도가 하늘까지 솟구쳐 오른다(海浪滔天)’라고 설명한다. 이 시에서 묘사한 “파도 날아 곧추 서고 하늘에는 독한 바람(海波飛立瘴雲空)”이 바로 이런 상황을 잘 드러낸다. 먼 바다에서 날아오는 불청객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할 때다.
'漢詩 & 漢文&漢文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발은 그래도 대머리 보단 나아 (0) | 2018.07.03 |
---|---|
청옥 쟁반에 쏟아지는 수은 (0) | 2018.07.03 |
우리 사랑 북극성 같이 (0) | 2018.07.02 |
말 채찍 되어 그대 팔뚝에 (0) | 2018.07.02 |
붉은 노을 마주하며 황혼을 생각한다 (0) | 2018.07.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