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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베네치아는 세계를 어떻게 지배했는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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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국, 《중세 해상제국 베네치아》,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20. 12. 30

376쪽, 2만7천원

 

 

 

베네치아

 

 

"이 책은 초라한 작은 섬에 불과했던 베네치아가 어떻게 중세 말 유럽 최고의 경제 부국으로, 지중해 바다를 주름잡는 해상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프롤로그 중의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적었으니, 이 책이 겨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안내한다 하겠다. 

 

저 주제의식의 탐구결과물이라 해서 저자가 내어 놓은 독자들한테 던진 것이 바로 이번 책 《중세 해상제국 베네치아》다. 


 

 

이를 위해 베네치아의 탄생은 그네들이 내세우는 트레이드마크라 할 만한 날개 날린 사자를 분석하는 데서 출발하며, 동네 도시국가가 커 간 사건으로는 제4차 십자군원정을 주목하는가 하면, 그네들의 국가 경영을 받침한 얼개를 군주 세습이 아닌 민주공화정이라는 독특한 정치구조에서 찾기도 한다. 이 점이 잘 지적되지는 않지만, 저자에 의하면 베네치아는 세계 출판문화의 중심이기도 하단다. 

 

우리한테 각인한 베네치아는 바다, 중계무역이어니와, 개중에서도 향신료 수입을 독점 혹은 중계한 일이 세계사에서 대서특필되거니와, 실상은 어떠한가를 탐구하거니와, 저자가 말하는 그 실상도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맞다. 이 친구들 고추 후추 장사해서 잘 먹고 잘 살았다. 


 

 

그 측면에서 향신료와 더불어 면화라는 또 다른 중계물품도 주목할 것을 요구하거니와, 후추건 면화건 나까마 역할하면서 삥 뜯어먹는 역할에서 한 치 어긋남이 없다. 

 

그런 베네치아의 영광도 포르투갈이 등장하고 그네들이 희망봉을 도는 인도 항로를 개척함으로써 위기에 봉착하거니와, 그런 점들도 다루었다. 


 

 

그렇다면 베네치아의 삥뜯기는 어찌 가능했을까? 첫째 선박을 주목하거니와, 자가용이 있어야 실어나르건 말건 할 것 아닌가? 선박 자체만이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시스템을 자세히 소개하거니와, 이 중에서도 선박술은 아무래도 개설 수준을 저자가 넘을 수는 없다고 본다. 

 

삥뜯기 베네치아의 위상은 예루살렘 순례여행 독점으로 이끌기도 하거니와, 이 점이 문화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한테는 무척 흥미로울 수 있겠다. 그네들은 지금의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여행을 독점하는가 하면 패키지여행상품을 개발했으며, 관광이 어떻게 세계산업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되었는지 하는 단서를 포착할 수도 있겠다.  

 

외교 주재관 제도 역시 이들의 발명이라 한다.  


 

 

나는 한국 서양사학에 근본적인 불신 비스무리한 감정이 있다. 수입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그런 불신 말이다. 외국 저명한 연구자들 책과 논문을 적당히 버무린 그런 책을 너무 많이 본 까닭이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보면 이번 책은 어떤가?

 

첫째, 제목도 그렇고, 그것이 표방하는 정신은 아날역사학의 그것, 특히 페르낭 브로델의 그것이다. 그 한국적 적용 혹은 그 세부로 들어간 것이 이 단행본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짙게 받았거니와, 실제 통독을 해본 진단은 그런 심증을 굳게 해준다. 

 

이는 저자 약력과도 무관치 아니할 것이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출신인 저자는 아니나 다를까 아날역사학 복판이라는 프랑스에 유학하고 거기 파리1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다. 하긴 저 세대 서양사학도 치고 아날역사학 세례를 받지 않았다고 하면 그게 외려 더 이상할 것이다. 

 

둘째, 자신의 입론을 증언 혹은 증명하고자 동원한 사료가 어떠한지를 나는 매양 예리하게 보려 하거니와, 그 점에서 이번 책은 조금은 아쉬움을 준다. 곳에 따라 직접 인용한 듯한 사료가 더러 보이기는 하는데, 기 출판된 책들에서 재인용이 많고, 직접 현장에 쳐들어가서 서류뭉치와 싸운 듯한 느낌을 주는 데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준다. 

 

보니 이번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입론을 가장 중대하게 뒷받침하는 서류 뭉치는 대부분 현재 베네치아 각지에 소장된 듯하거니와, 도서관 서고 같은 데 관련 자료들이 쳐박혀 있을 듯한데, 그런 현지조사를 어찌했는지 궁금하다. 

 

셋째 무엇보다 이번 책은 처절히 베네치아 중심 시각이다. 중계한 무역 상품이 출발하는 지점은 가깝게는 키프로스의 포도주나 면화, 인도와 말레이반도 쪽 농산물 등이 있거니와, 그네들이 번성하던 시점은 수에즈 운하 개통 전이니, 페르시아만 혹은 홍해를 이용하는 해상통로는 결국 사막을 횡단하고 지중해 항구로 갈 수밖에 없었거니와

 

바로 이 점에서 해상수송만이 아니라 육상 수송의 문제를 돌발하는데, 이런 점들이 간과되고 말았다. 나는 이번 책을 읽으면서 매양 이 대목이 궁금해 이런 궁금을 풀어주겠지 주겠지 하며 기대하고 읽어갔는데 없어서 이 대목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딱 한 군데인가 대규모 낙타 수송단 이야기가 나오지만, 너무나 부족한 기술이었다. 

 

이 처절한 베네치아 중심주의 사관은 그 해상제국을 가능케 한 힘의 원천이라는 측면에서 베네치아 사회 자체가 소요했고 그네들이 삥을 뜯어가며 북부 이태리나 남부 독일로 실어나른 물품들이 생산된 지역 사회 움직임도 포착해야 했거니와, 이 대목들은 향후 저자의 다른 연구성과에 기대해야겠다.  

 

이리 말하고 보니 내가 너무 비판적으로 봤다 하겠지만 한마디로 단언한다.

 

참 잘쓴 개설이다. 베네치아 역사를 이토록 간명하고도 전문적으로 쓸 만한 사람 드물다. 

 

혹 이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현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한테는 안내서 같은 그런 구실도 할 수 있겠다 싶다. 

 

내친 김에 남종국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했더니, 1시간짜리 동영상 강의도 보이더라. 책이 풍기는 인상 그대로 천상 서생이더라. 간단히 말해 너무 선생 냄새가 나는 단점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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