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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는 무너져서도 안 되고, 부서져도 안 되며, 불에 타도 안 되며, 생채기조차 나서도 안 된다는 생각 버리기 전엔 야훼가 나타나도, 괴력난신이 나타나도 지키지 못한다.
사람이 일평생 살며 갖은 풍상 겪듯이, 그리고 파고가 있듯이 문화재도 마찬가지다.
천년 이천 년 수백 년을 살아남은 것은 동시대 건축물로 없어진 수많은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부석사 무량수전이 고려시대 건물 같은가? 그것이 살아남은 까닭은 고려시대에 잘 지었기 때문이 아니다. 무수한 천재지변도 견뎠겠지만 더욱 냉혹히는 무수한 땜질의 승리다.
그런 까닭에 저것은 그 무수한 땜질의 기념비요 그렇기에 조선시대 건축물이면서 이십세기 이십일세기 건물이다.
석굴암 첨성대 안 무너진다는 말에 어떤 천박한 작자는 너가 책임지냐 따지지만, 서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무너지기 마련이며 그런 무너짐을 이상異常으로만 보아서는 결코 아니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잇살 먹은 건축물은 어딘가에서 썩고 무너지는 중이다.
이를 무너져서는 아니된다는 강박은 실은 그것을 질식케 하는 살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무너짐을 미학으로 볼 수도 있어야 한다. (201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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