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언급한 물부이세부근物部伊勢父根와 물부순物部珣은 백제와 관련이 깊은 왜계 인물들이지만, 이들 각자 한명씩 떼 놓고 보면 이들이 백제에 정주하며 백제왕에게 온전히 충성하며 산 일족인지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物部伊勢父根은 가야와 백제 일을 중재하는 데 잠깐 사서에 나오며, 物部珣은 백제 멸망 후 당에서 발견된 묘지명에 그와 흑치상지의 관계가 적혀 있을 뿐 그 이전 사적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物部伊勢父根와 物部珣을 백제왕실에 충성한 왜계 백제관료 일족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 네 사람 때문이다.
물부마기모物部麻奇牟, 물부용가다物部用歌多, 물부가비物部哥非, 물부오物部烏
이 네 사람은 형제관계로 보이는데 일본 측 기록에는 "100% 백제왕의 신하"로 나온다.
예를 들어 이들은 백제에서 왜로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왜의 원병을 청하기 위한 백제왕의 사신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들의 행적을 일본 측 기록에 의거하여 써 보면 다음과 같다.
物部麻奇牟: 백제관료. 관위官位는 시덕施徳 (16품 중 여덟번째). 관직은 동방령東方領까지 올랐다. 일본 기록에 의하면 서기 543년, 성왕이 왜에 파견한 것으로 되어 있으며 554년에는 신라가 왜를 공격하자 이 사람을 보내 관산성을 공격한 것으로 되어 있다. 物部伊勢父根의 아들, 勿部珣의 손위 친척이 아닌가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부용가다物部用歌多: 백제관료. 관위는 奈率 (16관등 중 여섯번째). 백제왕의 사신으로 백제에서 일본으로 간 것으로 나온다.
물부가비物部哥非: 백제관료. 관위는 나솔奈率 (16관등 중 여섯번째). 백제왕의 사신으로 백제에서 일본으로 갔었다.
물부오物部烏: 백제관료. 관위는 奈率 (16관등 중 여섯번째). 상부上部의 나솔로 왜에 병력을 요청하기 위해 사신으로 간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네 명의 물부씨는 전후 사서를 보면, 이미 백제에 살던 백제왕의 신하였다. 본인이 왜계라는 것은 자각하고 있었고 이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군사작전에도 참가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들의 주군은 백제왕임에 틀림없다. 이 시기가 대략 무령왕~~성왕 대에 해당한다.
이 네 명의 물부씨를 앞서 언급한 의자왕대의 物部珣과 연결하게 되면 무려 120년 동안 물부씨는 계속 백제에서 번성한 셈이 된다.
흑치상지 집안은 특별히 왜로 간 적이 적어도 비문 등을 보면 없던 것 같으므로 그가 물부순을 사위로 택한 것은 백제땅에서 그의 집안과 걸맞는 백제관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겠다.
말하자면 물부씨는 한성함락 이후 어느 시기엔가 백제로 들어와 관료로 종사하면서 백제왕에게 신속해 있었고 그 후손이 백제 멸망 때까지 같이 하고 있었던 셈이 되겠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 모노노베씨가 소가씨에게 멸망당한 것이 대략 587년 경이니, 물부순을 전술한 4인의 백제관료의 후손으로 본다면, 모노노베씨가 일본에서 몰락한 후에도 이들의 후손은 백제땅에서 서기 6세기 후반까지도 계속 번성하고 있던 셈이 되겠다.
가끔 신문기사를 보면, 영산강 유역 전방후원분은 "왜계백제관료"라고 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왜계백제관료라는 존재를 사서에서 직접 따져 본다면 바로 이러한 물부씨가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주장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동성왕 이후 백제로 이동한 왜계 관료들이 남긴 것이 전방후원분이며, 이들은 백제왕에게 신속되어 백제관료체제에 사실상 편입되어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한국, 일본 모두 이런 주장은 지지하는 학자들이 꽤 있으며 현재로서는 유력하다고까지야 할수 없겠지만, 영산강 유역 전방후원분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주장 중 하나로는 반드시 들어 소개되는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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