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이전의 사서는 사기와 한서일텐데, 사기와 한서에는 조선전만 있을 뿐 동이전은 없다. 중원의 지리적 인식이 한반도 북부에 머물러 있었던 탓일 것이다.
그 다음 후한서가 있지만 주지하는바와 같이 후한서는 성립연대가 늦어 한서의 다음 타순은 삼국지이다.
삼국지는 진수가 저술했는데 그의 생몰연대는 233년 ~ 297년이다. 대략 삼국시대에서 서진 시대에 걸친 인물로서 삼국지도 그의 생애 후반 어느 시점에 저술되었을 것이다.
이 삼국지에서 최초의 동이전이 입전된다. 중국사의 지리적 인식이 한반도 북부를 넘어 한반도 남부와 일본열도까지 전개되는 순간이라 할수 있다.
삼국지 동이전에는 한반도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이 진수의 삼국지에 주를 붙여 놓은것이 배송지이다.
삼국지 원문에 붙여 놓은 배송지의 주를 보면, 진수의 원문에는 간단히 기술되어 있는 내용에 대해 엄청나게 자세한 사실을 더하여 한군현 이전 고조선의 발전과 멸망, 그리고 준왕의 남천 과정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모두 배송지 주에 기록된 것이고 원문에는 매우 소략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원문과 주석이 서로 상충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이 배송지 주는 진수의 삼국지에 대한 후대의 주석인데다가 그 내용이 엄청나게 자세하고 분량이 많아 이 주에 기록된 내용은 진수의 삼국지보다 성립연대가 늦어 사료적 가치가 비교적 낮다, 라고 착시를 일으키기 딱 좋다.
하지만.
삼국지 동이전에서 배송지 주의 대부분은 사실 "위략"을 인용한 것이 많다. "위략"은 어환(魚豢)이라는 사람이 쓴 기록이라는 것인데 실존한 기록물임은 틀림없고 후대에 망실되어 지금은 편집본만 남아 있다.
이 어환이라는 사람 생몰연대는 잘 모른다. 그런데 이 어환의 활동 시기는 진수와 별 차이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촉한에서 활동하다가 서진시대까지 출사한 진수와 달리 어환은 원래 조위에서 활동하다가 서진이 선 이후에는 공식 활동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진수와 어환은 거의 동시기에 활동한 사람이고 이들이 저술한 "삼국지"와 "위략" 역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쓰여졌을 가능성이 높다.
삼국지 동이전 원문은 진수, 주석은 배송지라는 선입견 때문에 배송지 주에 쓰인 내용은 성립시기가 늦고 진수의 원문보다는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쉽다.
하지만, 배송지가 어환의 위략을 그대로 들여다 쓴 것이 분명하므로 사실 삼국지 동이전에서 원문과 주석의 사료적 가치는 거의 동일하다고 보아도 좋은 것 아닐까 한다.
삼국지 주석이 마치 진수의 원문보다 성립시기가 늦은 것이라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이유는, 동이전에 엄청나게 많이 기술된 내용이 주로 배송지 주에 기록된 점, 그리고 배송지는 진수보다 훨씬 늦은 시기의 사람이라는 점 때문인데.
사실 배송지는 어환이 한 이야기를 그대로 떠든것일 뿐이므로....
삼국지에서 원문과 주석의 사료적 가치는 거의 동일하다고 보아도 되는 것 아닐까. 그런 관점을 가지고 배송지의 주석을 다시 보게 되면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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