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지만,
사람의 생명을 수도 없이 구한 물품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누다.
흔히 비누의 기원은 아주 멀어서 우리도 전통시대에 비슷한 것이 있었다고 하는 경우를 보지만,
그런게 흔했으면 우리나라 일기에 자주 보였겠지.
우리나라 일기 어느 구석에도 비누라는 건 필자는 본 적이 없다.
일기에 자기가 속이 안 좋아 조용히 방귀를 뀌려다 설사가 나와 옷을 버린 이야기까지 일기에 적어 놓은
묵재 이문건도 비누 이야기는 한 구절도 적어 놓지 않았다.
무슨 뜻인가 하면, 이 시대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누와는 아주 먼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건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비누가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서양도 19세기나 되어서의 일이다.
그 이전에 비누가 이미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아무 의미도 없다.
있으면 뭘 하는가 구할 수가 없는데.
비누가 왜 중요하냐.
비누는 사람들에게 감염원이 되는 병원체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자기 몸에 붙어 사는 병원체를 없애는데 비누칠 세정 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이때문에 흔히 산욕열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요즘 분만 기술과 위생이 워낙 좋아서 요즘 산모들은 거의 앓지 않지만
옛날에는 아기만 낳았다 하면 병원균에 옮아 스름 시름 앓다고 죽는 이가 수도 없었는데,
이것을 산욕열이라 했다.

이 산욕열을 옮기는 매개자가 누군고 하니 당시에는 산파와 의사였다.
제대로 씻지 않은 손으로 애를 받고 처치를 하니, 그 손으로 산모들이 감염되어 사망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발견하고, 비누로 손을 씻어라, 분만을 할 때 의사와 산파는 반드시 손을 비누로 박박 씻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 19세기 초중반,
이런 이야기가 통하기 시작한 후 정말 놀랍게도 산욕열이 급감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아직 병원체가 박테리아라는 세균설이 의학계 지지를 완전히 받지 못한 상태였는데도,
상황을 유심히 본 의사의 주장에 의해 손 씻는 것만으로도 산모의 목숨을 살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조선시대, 대단한 병도 아니고 피부병에 걸려 죽은 당시 사람들은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다.
아마 비누만 있었어도, 그 비누로 제때 손씻고 몸만 제대로 닦았어도 천수를 누렸을 이들이,
피부병에 걸리면 이를 치료하지 못하고, 거기다 위생이 의심스러운 각종 고약을 덕지덕지 붙이니,
일기를 읽으보면 이런이들이 이야기를 들을때 마다 안타깝기 짝이 없다.
*** 편집자주 ***
요새는 김사부니 슬의생이니 하는 의학드라마가 하도 범람을 해대는 통에, 그리고 그런 드라마 영화에서 보면 수술 들어가기 전 집도진이 피부가 벗겨져 나갈 정도로 박박 손목 등을 문지르는 장면이 일상화했거니와
결국 이런 예방책들이 사람 목숨을 비약적으로 살리기 시작했다는 뜻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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