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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째 머리맡에 두었는데 도통 끝날 기미가 없다.
보니 상·하 두 권이라 각기 천 페이지라, 진도는 없고 언제나 제자리라, 이러다 서재 어딘가에 쳐박히고 말리라.
이 청구야담靑邱野談은 야담野談이란 제목처럼 대체로 기이한 조선시대 일들을 정리한 것이라
이야기 하나하나가 독립했으니, 이곳저곳 맘 내키는대로 골라 읽으면 되겠지만 기왕 시작한 일 첨부터 끝장을 보겠다고 덤볐다가 낭패보는 중이다.
이리도 더딘 까닭이야 말할 것도 없이 노화현상 때문이니 생평을 단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아니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는 삶을 살다가 이젠 다 원스어폰어타임이 되어버렸다.
몇쪽을 넘기지 못하곤 스르르 잠이 들고 마니 반백을 넘기고 나니 이젠 책이 자동수면제가 되어 있더라.
독서광 안중근
그나저나 하루 독서 가시 운운한 안중근...
이 냥반 뤼순감옥인가에서 돌아가실 때 연세가?
1879년에 나시어 1910년 3월 26일에 가셨으니, 향년 서른둘이라...
이 냥반 돌아가실 적에 쉰이 되셨더라면, 저 말씀 안했으리라 확신한다.
쉰이 넘어서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독서도 하는둥마는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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